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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미친 존재감 ‘발라더의 재발견’

입력 | 2013-08-27 03:00:00

존박 이적 성시경 윤종신 조정치… 진지함 벗고 망가진 모습으로 웃음




Mnet ‘방송의 적’에서 제대로 망가진 가요계 ‘엄친아’ 존박(오른쪽)과 이적. CJ E&M 제공

가수 존박은 요즘 ‘예능 천재’로 불린다. Mnet ‘슈퍼스타K 2’ 준우승자인 그는 원래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에 잘생긴 외모, 미국 명문대 출신의 좋은 학벌로 주목받았다.

그가 이런 반듯한 이미지를 깨고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Mnet 예능 프로그램 ‘방송의 적’에서부터.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프로에서 존박은 선배 가수인 이적과 함께 출연해 바보 연기부터 ‘19금 개그’까지 다양한 종류의 예능 연기를 소화했다. 최근에는 지상파 채널에까지 진출해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KBS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엄친아 이미지를 벗고 어리바리한 캐릭터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요새 예능 프로에서는 존박처럼 ‘진지한 뮤지션’으로 각인됐던 발라드 가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윤종신은 MBC ‘라디오스타’의 진행자로서 깐족이는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KBS ‘1박2일’의 성시경,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조정치와 정인 커플도 대표적 예능 발라더다. 1인 프로젝트밴드 ‘토이’로 여러 발라드 히트곡을 낸 유희열은 다음 달부터 tvN ‘SNL코리아’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최일구 전 앵커의 후임으로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발라드 가수의 예능 출연은 과거에는 드물었던 일이다. 한 방송국 PD는 “음반 판매가 가수의 주 수입원이었던 과거에는 음악에만 집중해도 됐지만 이제는 방송이나 공연 수입이 중요해졌다.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고 유명할수록 장기적인 음악 활동에도 유리한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신비주의 전략이 더이상 통용되기 어려운 환경도 발라더들을 예능으로 이끌고 있다. 박준수 ‘방송의 적’ PD는 “예전에는 가수의 이미지가 음악에 고정돼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고정관념이 깨져 예능에 출연하는 발라드 가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저항감도 적다”고 전했다.

예능 프로 제작자들은 발라드 가수가 예능 프로에 신선한 분위기를 더해 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성호 ‘라디오스타’ PD는 “예능 전문 방송인과는 다른 뮤지션만이 가진 감성과 여유가 있다 보니 웃음의 시너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안상휘 ‘SNL코리아’ CP는 “진지한 음악을 하는 가수가 깨는 행동을 하면 상대적으로 더 신선해 보이고, 지적인 이미지가 있을 경우 같은 농담이나 개그도 고급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능에 출연하는 발라드 가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방송의 적’에서 존박이 “신곡 순위는 떨어지고 띨띨한 역할로 예능 섭외만 들어온다”며 푸념하자 이적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그만큼 대중과 가까워졌다고 생각해. 넌 너무 고품격 발라더였어.”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