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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 많이 봤다, 매운맛 보여주마

입력 | 2013-08-27 03:00:00

■ 하위권 고춧가루 부대 변신
두산, NC-한화에 2연패씩 당해… 4강 멀어진 KIA도 각팀 경계령




프로야구는 1년에 128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지만 상황에 따라 긴장감이 다르다. 시즌 초반에는 ‘져도 괜찮은 경기’가 많지만 시즌이 흐를수록 ‘꼭 이겨야 하는 경기’가 늘어난다. 그래서 가을야구를 노리는 팀들이 하위권 팀에 발목을 잡혔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지고 만다. 4강을 다투는 팀들에 ‘고춧가루 부대 경계령’이 내려진 이유다.

지난주 고춧가루 맛을 제대로 본 건 3위 두산이다. 두산은 한때 선두 삼성을 3경기 차로 추격했지만 이제는 2위 LG와도 5경기 차이다. 지난주 안방에서 만난 8위 NC와 9위 한화에 모두 2연패씩 당한 게 타격이 컸다. 이제는 4위 넥센에 1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

두산으로서 다행인 건 넥센도 고춧가루 부대를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는 것. 넥센은 지난주 ‘엘넥라시코’(LG와 넥센의 경기)를 1승 1패로 마무리하며 비교적 산뜻하게 한 주를 시작했지만 NC, KIA(7위)와의 2연전을 모두 1승 1패로 마무리하며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6월 초까지 선두를 달리던 넥센이 4위로 무너진 이유도 하위권 팀에 약했기 때문이다. 넥센은 NC에 6승 5패로 겨우 앞서 있고 KIA에는 5승 7패로 열세다.

5위 롯데를 포함해 4위 경쟁 팀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상은 KIA다. KIA는 3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 중 46.9%(15경기)가 3∼5위 팀과의 대결이다. 특히 롯데는 KIA와 6경기나 남겨두고 있다. 사실상 4강 진출에서 멀어진 KIA가 고춧가루 부대에 합류하면서 순위가 요동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막내 구단 NC 역시 5월 이후 38승 3무 39패(승률 0.494)를 기록하며 ‘형님들’을 괴롭히고 있다. 4월을 4승 1무 17패(승률 0.190)로 마무리했던 NC지만 이제는 삼성과의 2연전을 싹쓸이할 정도로 훌쩍 컸다. 시즌 초반 NC를 상대로 ‘공짜 저녁’을 즐겼던 8개 구단은 이제 안간힘을 써야 NC를 상대로 겨우 1승을 추가할 수 있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9위 한화도 무시하면 안 된다. 이번 주 한화는 27, 28일 SK, 29, 30일 롯데, 31일과 내달 1일 넥센을 차례로 만난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넥센조차 ‘한화표 고춧가루’를 제대로 뒤집어쓰면 4강 탈락 위기로 내몰릴지 모른다.

한 해 농사는 결국 가을의 결과가 말해준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은 100경기 안팎을 마라톤처럼 뛰며 5개월을 달려왔지만 막판 스퍼트에서 뒤처지면 가을야구라는 목표점을 통과할 수 없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 ‘밀도 높은’ 경기가 팬들을 기다린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