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년 전통 ‘국민브랜드’ 간판 바꾸는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웰메이드’ 매장에서 만난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은 “과거 40년을 ‘인디안’이 이끌어 왔다면 앞으로 40년은 ‘웰메이드’가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정그룹 서울지사에서 만난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67)은 사옥 1층에 자리 잡은 ‘웰메이드’ 매장을 소개하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애지중지 키운 어린 자식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부모처럼 설레면서도 긴장된 표정이었다.
웰메이드는 ‘국민의 옷집’을 표방하는 일종의 편집숍이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 ‘인디안’을 필두로 여성 캐주얼 ‘앤섬’, 아웃도어 브랜드 ‘피버그린’,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써코니’ ‘고라이트’ 등 세정이 판매하는 주요 브랜드들이 모두 입점한다. 기존 ‘인디안’ 매장보다 젊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상품 구색이 특징이다.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세정은 2011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5위 규모의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잘나가던 세정에 최근 2년 새 위기가 찾아왔다. 박 회장은 “해외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가 직격탄이 됐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자라’ 등 해외 브랜드들이 저렴하고 빠르게 신상품을 선보이면서 기존 브랜드들의 매출이 정체된 것이다.
SPA 브랜드들처럼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세정그룹의 ‘웰메이드’는 매장이 위치한 상권의 특성에 맞춰 입점 브랜드를 달리할 예정이다. PB(자체브랜드) 상품인 ‘웰메이드 프로덕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웰메이드 프로덕트는 중장년층도 즐겨 입을 수 있는 SPA 브랜드를 표방한다.
이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위해 세정그룹은 26일 창사 이후 첫 기자간담회도 마련했다. 웰메이드는 내년까지 20개 매장을 추가로 확보해 전국에서 총 400개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매장 이름을 바꾼 건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기도 하다. 미국 대륙의 특정 종족을 지칭하는 브랜드로 수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인디안은 1981년부터 4차례나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박 회장은 “당시 중국 쪽으로는 인사도 하기 싫을 정도로 좌절이 컸다”면서 “웰메이드로 다시 한 번 아시아 시장에 대한 ‘복수전’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