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이임사서 외압 시사 파장 “독립성 저버리는건 영혼을 파는 일”
중도하차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이임식 도중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안경을 만지고 있다. 그는 이임사에서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양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관련해 4대강 감사 개입설, 청와대의 인사 개입설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양 원장이 직접적으로 외풍을 언급함으로써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양 원장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제1별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 (사퇴는) 개인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사퇴가 외부의 압력이나 종용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양 원장은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새 정부는 감사원장의 임기(4년)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임시켰다.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사 스캔들’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감사원을 흔드는 ‘외풍’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청와대가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