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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철 前감사원장 인터뷰 “前정권 감사 ‘정치감사’로 보는건 말도 안돼”

입력 | 2013-08-27 03:00:00

정권 입맛맞추기 감사했다면 공분 살 일




전윤철 전 감사원장(사진)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끝난 다음 전 정부에 대한 감사를 했다고 해서 그것을 ‘(새) 정권 코드 맞추기식 감사’라고 보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가 ‘이명박 정부에 있었던 일을 박근혜 정부의 감사원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정치 감사’라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뒤 감사의 결론이 정권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달라졌다면 공분(公憤)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선임됐으며 1차 임기를 마친 뒤 2007년 10월 연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유임됐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08년 5월 물러났다. 26일 물러난 양건 감사원장과 비슷하다.

―양 원장은 청와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명박 정부 때 유임된 뒤 처음엔 몰랐는데 내가 그만두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청와대로부터) 들었다. 그 얘기를 들은 지 한 달 만에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사표를 내고 나왔다.”

―당시 감사의 독립성을 해칠 만한 청와대의 압박도 있었나.

“없었다. 나만큼 대통령 면담을 적게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필요한 보고는 해야 하지만 입맛을 맞추기 위해 보고하러 다닌 적은 없다. 이 대통령이 내게 (독립성을 해치는) 지시를 한 적도 없고 내가 그런 지시를 받았다고 해도 들을 사람도 아니었다.”

―양 원장은 감사위원 제청 문제로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물론 감사원장이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고 업무를 처리할 감사위원의 요건에 맞으면 (청와대와 감사원장이) 서로 상의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임명하는 현 제도가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국회와의 합작 임명이다. 감사원 기능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지적은 도식적이고 파편화된 생각이다. 반대한다. 감사원은 정부의 시스템이 잘못됐는지 살펴서 고칠 책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직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스템을 고칠 동력은 행정부에 있다. 정당 간의 이해관계가 극단적으로 상충되는 국회에선 이런 ‘시스템 감사’가 어렵다.”

―그러면 감사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헌법 정신에 충실하면 된다. 정권은 헌법 정신에 따라 감사원을 운영하고 감사원장은 헌법 정신에 따라 감사하면 된다. 의지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