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새마을운동]<上> 세계로 가는 한국형 빈곤퇴치 모델
18일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주 불차나 마을을 방문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김영목 이사장(오른쪽)이 자신의 인사말에 환호하는 주민들을 향해 손을 번쩍 치켜 올리며 화답하고 있다. 1000명 가까이 몰려나온 주민들은 ‘위 캔 두(we can do·우리는 할 수 있다)’를 함께 외치며 한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시했다.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이정은 기자 lightlee@donga.com
18일 오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동남쪽으로 160km 떨어진 오로미아 주 아르시존의 불차나 마을. 입구에서부터 수백 명의 마을 주민이 양쪽으로 늘어서서 두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코레아’를 외치고 있었다. 구석구석에서 달려 나오는 맨발의 어린이들까지 합치면 족히 1000명은 돼 보였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수장의 첫 마을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였다.
김영목 KOICA 이사장이 가까이 다가가자 함성이 귀청을 울릴 만큼 커졌다. 상기된 표정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흑인들 사이에서 ‘감사합니다’ ‘한국 사랑해요’ 등의 한국말이 들려 왔다. 아프리카 특유의 고음으로 ‘울룰룰루∼’ 내지르는 환호 소리도 쏟아졌다. 이들은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며 “위 캔 두(We can do)! 위 캔 두!”를 외치기도 했다. KOICA 관계자들은 “아프리카의 ‘위 캔 두’는 1970년대 한국에서 울려 퍼진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와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 새마을운동, 글로벌 빈곤 퇴치의 새 모델로 재탄생
KOICA는 현재 1차 사업이 완료된 불차나 마을을 내년부터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지정하고 이곳을 구심점으로 삼아 다른 마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올해부터 한국형 ODA의 새 모델로 업그레이드해 해외에 본격적으로 전파할 ‘글로벌 새마을운동’의 주요 사례 중 하나다. 정부는 ‘글로벌 새마을운동’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경우 대한민국의 새 국가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영어 표기 시 뜻을 풀어쓰지 않고 그대로 ‘새마을(Saemaul Undong)’이나 약자로 ‘SMU’로 쓴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직후 이와 관련된 업무보고를 받을 당시 “뉴 빌리지(New Village) 운동이 아니라 새마을운동입니다”라고 강조하며 남다른 애착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우선 2018년까지 새마을운동의 중점 사업국으로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의 8개국을 선정해 모두 1억5000만 달러(약 1670억 원)를 집행할 계획이다. 캄보디아와 네팔, 모잠비크, 르완다 등 8개국의 1200개 마을에 새마을봉사단 및 자문단 400여 명을 파견한다.
○ 유엔 등 국제사회와도 손잡는다
불차나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을 분명하게 발음했다. 아부발파 아르차 씨(38)는 “한국 사람들이 마을에 들어오면서부터 우리의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며 “KOICA가 종자를 개량해 준 소가 송아지를 많이 낳게 되면 잘살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농촌 개발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시도하는 새마을운동의 접근 방식은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의 글로벌 빈곤 퇴치 프로그램들과도 연결된다. 특히 유엔이 집중하고 있는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MDGs)와 관련해 새마을운동이 그 핵심 모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MDGs 시한인 2015년 이후 국제사회가 후속으로 논의하게 될 ‘포스트(post)-MDGs’에서 한국이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KOICA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MDGs 분야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와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삭스 교수가 아프리카 등지의 개발을 위해 시도하는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에 KOICA는 2009년부터 5년간 모두 325만 달러를 지원해 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