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할인쿠폰이 ‘쏙’… 시장 쇼핑도 스마트해진다
은행장이 나서 ‘터치마켓’ 시연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시장에 있는 야채 가게에서 김종준 하나은행장(가운데)이 점원 한영희 씨(왼쪽)와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하나터치마켓 쿠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발급하는 이 쿠폰을 스마트폰에 담아 가게에서 제시하면 2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월드컵시장과 망원시장 상인들은 이 쿠폰이 젊은 고객들을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하나터치마켓 쿠폰은 22일부터 하나은행이 고객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모바일 할인 쿠폰. 하나은행 8개 지점(망원역, 망원동, 합정역, 연희동, 동교동, 서교동, 서강, 홍대입구역)을 방문하는 고객은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에서 쓸 수 있는 2000원짜리 쿠폰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고객이라면 방문할 때마다 2장씩 받을 수 있고 한 달에 최대 4장까지 쓸 수 있다. 하나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하나은행을 찾으면 1장을 준다. 3개월간 쿠폰 비용은 하나은행이 100% 부담한다. 이후 쿠폰 효과를 평가해 쿠폰 비용을 상인과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김재진 월드컵시장상인회장(57)은 “전통시장에서도 모바일을 활용한 쿠폰을 쓸 수 있다면 젊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진화하는 전통시장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은 ‘진화’보다는 ‘생존’을 고민해야 했다. 인근 합정역에 대형 할인점인 홈플러스가 3월 문을 열었기 때문. 홈플러스 개장을 앞두고 두 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 매장 공사 현장 등을 찾아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항의의 의미로 시장 상점 문을 닫기도 했다.
결국 합의 끝에 일부 채소와 청과 품목을 팔지 않는 조건으로 대형 할인점이 개장했다. 상인들은 대형 할인점과 경쟁하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망원시장은 홈플러스 개장 후 처음 맞이한 3월 24일 ‘전통시장 가는 날’(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 행사를 앞두고 ‘망원시장 난리 났네’라는 슬로건의 전단을 뿌렸다.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연합해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생선가게 4곳은 동태 4마리를 5000원에, 정육점 5곳은 2근에 1만 원 하던 돼지양념갈비를 3근에 1만 원에 판다는 식으로 광고했다. 즉석에서 가격 흥정을 하는 게 일상화된 전통시장에서 여러 가게가 공동 가격을 책정하는 건 낯선 일이었다. 상인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결과는 성공. 기존 전통시장 가는 날 행사 때보다 시장을 찾는 사람이 30% 이상 증가했다.
월드컵시장은 6월부터 휴대전화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고객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할인 행사 정보 등을 알려주는 것. 현재 가입한 고객은 2300여 명. 이들은 매주 수요일 벌어지는 ‘특가 판매’ 행사에서 어떤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지를 문자로 받아볼 수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홈플러스가 개점한 초기보다 현재 상점의 매출은 평균 5% 이상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26일 하나터치마켓 시연 행사에 김종준 은행장이 직접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또한 추석을 앞두고 두 시장에서 20kg짜리 쌀 50포대씩 총 100포대를 사들여 홀몸노인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두 시장이 지향하는 발전 방향도 상인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시장이다. 으레 하듯 단순히 정(情)을 나눈다는 게 아니다. 망원시장은 특가 판매 행사가 열리는 화요일 중 매달 셋째 주에는 ‘문화 예술 장터’를 열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이 수공예품과 이색적인 요리 등을 시장 중앙에 놓고 전시한다. 주민들과 문화 경험을 나누는 게 행사의 목적이다. 월드컵시장은 3층짜리 건물을 지어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과 상인들의 쉼터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