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측 “北 선동 공세에 대응… 국정원 고유 업무”元 前국정원장 첫 공판 ‘직무 범위’ 충돌
‘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의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 측은 “검찰이 국정원의 고유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섰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인터넷 반정부 선전·선동에 대응한다는 논리로 심리전단을 확대해 불법 정치 관여 및 선거 개입을 지시했다”며 “그릇된 종북관을 갖고 적이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여론 심리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이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세력은 무조건 종북 좌파로 인식했다”며 지난해 2월 17일 부서장 회의 당시 원 전 원장의 발언 녹취록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올해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는데 종북 좌파들은 어떻게든 정권을 찾아오려고 할 텐데 야당이 되지도 않는 소리 하면 강에 처박아야지”라고 말해 선거 관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북한과 종북 좌파가 인터넷에서 사이버심리전을 펼치며 정부 정책에 반대 선동을 해 왔다”며 “이런 공세에 대응하는 건 국정원 심리전단의 고유 업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업무 특성상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정보기관을 인·허가기관과 동일시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검찰의 주장은 국정원의 손발을 묶으려는 북한 종북 세력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심리전단 소속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가 속한 팀원 20여 명이 커피숍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활동하고 매일 3, 4건씩 게시글을 올린 목록을 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활동 내용으로 미뤄 볼 때 매달 1200∼1600건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이 일주일 단위로 활동 내용을 삭제해 해당 글을 전수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