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지속 개입 아닌 일회성일듯” 美, 정부군 화학무기 사용 응징 채비유엔조사단 차량 피격… 사상자 없어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26일 “조사단의 첫 번째 차량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저격수들의 총격을 수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유엔 측은 이번 총격을 화학무기 조사를 늦추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단은 피격 차량을 교체한 뒤 다시 현장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네시르키 대변인은 전했다.
‘공습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는 미국과 러시아 간 ‘신(新)냉전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나아가 이슬람 국가 간 종파 분쟁까지 얽혀 복잡한 국제 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5일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력 비난했다. 백악관은 또 유엔의 화학무기 사용 조사에 대한 시리아 정부의 승인이 “너무 늦었다”며 “그동안 시리아 정부가 증거를 훼손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이 유엔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영국 프랑스와 함께 독자적인 시리아 공격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 이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은 군사 개입에 신중한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연일 강력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군사 개입 방안으로는 △지상군 투입 △미사일 공격 △비행금지구역 설정 △반군 무기 지원이 거론된다. 이 중 지상군 투입은 많은 사상자와 함께 러시아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며 개입할 경우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중해에 배치한 구축함에서 공격 목표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안과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시리아 정부군이 민간인을 공습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가장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크루즈 미사일로 타격하기 위한 시리아 군사시설 목표를 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이란 중국 등 시리아 정권의 우방들은 서방의 시리아 공습 계획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시리아 내전이 미-러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시리아 항구에 유일한 외국 해군기지를 두고 있는 러시아의 알렉세이 푸슈코프 국가두마(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이라크전쟁과 마찬가지로 시리아 군사 개입은 합법적인 것이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6일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의 압력에도 러시아의 정치적 지원과 군사 계약의 정확한 이행이 시리아의 경제 상황을 크게 호전시켰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26일 중국 환추시보도 사설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서방의 군사 개입은 시리아의 내란을 더 부추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