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 이끄는 ‘그랜드 마스터’[액티브 시니어가 온다] <3·끝> 영국-시니어는 사회적 자원
교사도 학생도 모두 시니어인 ‘U3A’ 런던지부의 이탈리아어 강의 현장. 머리가 희끗희끗한 학생 10여 명이 강사의 설명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런던=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사무실에서 만난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아딜 아브라 씨(36)는 “인류는 시니어의 지식이 젊은층으로 이어지며 발전해 왔지만 언제부터인가 ‘시니어는 사회의 짐’이라는 편견이 생기고, 서로의 관계가 단절돼 버렸다”며 “이곳에서 젊은층이 시니어들로부터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시니어는 강연을 통해 수익과 함께 삶에 대한 만족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 시니어에게 배우는 젊은이들
아브라 씨는 “시니어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들의 경험과 내공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는 이들에게 뭔가를 주려고 했는데 반대로 우리가 이들로부터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생각을 바꾼 그는 ‘시니어 강연 서비스’를 기획해 2011년 ‘더어메이징스’를 세웠다. 현재 50여 명의 시니어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런던 외의 지역에서도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최근에는 온라인 강좌를 늘리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에 경기까지 나빠지자 젊은층과 시니어들의 갈등도 깊어졌다. 시니어가 연금기금을 축내는 ‘짐’이라는 편견도 생겨났다. 이에 영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시니어들의 경험과 지식이 사장되지 않고 사회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는 방안을 1990년대부터 고민해 왔다. 사회의 짐이 아니라 가치 있는 자원으로서의 ‘액티브 시니어’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 경제혁신, 시니어가 이끈다
자서전 출간 사이트 ‘오토닷바이오그래피’가 펴낸 자서전. 오토닷바이오그래피 제공
런던에 사는 브라이어 스쿠다모어 씨(63·여)는 2011년에 생애 첫 도전에 나섰다. ‘오토닷바이오그래피’라는 벤처 회사를 세운 것이다. 신문기자로 시작해 25년간 영국의 국영방송 BBC에서 프로듀서, 온라인 편집장 등을 지낸 그는 누구보다 일을 좋아했지만 50대가 되자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결국 53세였던 2003년에 BBC에서 은퇴했다.
그는 늘 해보고 싶던 일을 실행에 옮겨 보기로 했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자기만의 자서전을 만들 수 있는 회사를 세우는 꿈이었다. 올해 하반기에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인 스쿠다모어 씨는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창업자본뿐 아니라 법적 지식 등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았다”며 “영국에는 ‘프라임 이니셔티브’ 등 많은 시민단체, 비영리단체들이 시니어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에서는 시니어 창업이 사회혁신과 고용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네스타’는 2001∼2005년에 창업한 기업 35만1300여 개의 고용창출 효과와 창업자 나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08년 현재 25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한 기업은 3000여 개였고 그중 870개의 창업자가 50세 이상의 시니어였다. 연구자인 론 보담, 앤드루 그레이브스 씨는 네스타 보고서에서 “특히 젊은층과 시니어가 팀을 이뤄 창업한 기업이 고용창출 효과가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라고 강조했다.
런던=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