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굿뉴스]광주 금호 1동 ‘사랑의 쌀뒤주’
26일 광주 서구 금호1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각계에서 보내준 쌀을 ‘사랑의 쌀뒤주’에 채우고 있다. 2006년 1월 설치된 사랑의 쌀뒤주는 지금까지 2만1782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일보 제공
○ 이웃사랑을 나누는 곳간
금호1동 주민센터가 2006년 1월 시작한 ‘사랑의 쌀뒤주’가 혼자 사는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이웃에게 ‘따스한 곳간’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이 뒤주를 이용한 주민은 2만1782명으로 집계됐다. 금호1동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1900여 가구, 3300여 명으로 서구에서 저소득층이 가장 많은 곳이다.
사랑의 쌀뒤주는 지금껏 한 번도 바닥을 보이지 않았다. 뒤주의 뚜껑을 처음으로 연 후 지금까지 1700여 포대(1포대 20kg), 시가로는 8400여만 원어치가 꾸준히 채워졌다. 쌀 80kg이 들어가는 뒤주는 아래에 쌀 1되(800g)가량이 담겨 있는 서랍장이 있다. 이를 당기면 쌀이 쏟아진다. 하루에 쌀이 많이 나갈 때는 150명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320kg가량이 나갔다. 김명숙 사회복지사(48·여)는 “뒤주 옆에 놓아 둔 ‘이용대장’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주 이용하는 주민이 오지 않으면 집을 찾아가 안부를 살피고 거동이 불편하면 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 7년간 쌀 보내는 후원자들
뒤주에서 쌀을 퍼가는 노인들은 “옛날 보릿고개 시절 생각이 난다”며 고마워했다. 직원들이 ‘미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따뜻한 밥을 지어 드세요’라며 쌀을 퍼줄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보답하고 싶어도 마땅히 줄 게 없다며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가져오거나 콩물이나 미숫가루를 건네는 주민도 있다.
퍼간 사람이 있으면 주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뒤주에 끊임없이 사랑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7년 넘게 쌀을 보내는 후원자들 덕분이다. 서광병원과 무등교회, 금호베델교회 등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 쌀을 보내왔다. 금강건업 김재준 사장은 3개월 전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과 70, 80대 노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줄을 서 쌀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후원을 결심했다. 김 사장은 매달 정미소에서 갓 도정한 쌀 200kg을 승용차에 싣고 온다. 김 사장은 “어릴 적 배고픔의 설움이 너무 컸던 탓에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