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병원 무대… 간호사 주연… 소재 무궁무진
미국 NBC 의학 드라마 ‘두 노 함(Do No Harm)’은 낮에는 촉망받는 외과의사지만, 밤에는 야수로 돌변하는 다중인격을 지닌 의사를 그렸다. 주인공 스티븐 파스퀄(제이슨 콜 역·왼쪽)이 응급구조를 하는 장면. CJ E&M 제공
그러나 한국 의학 드라마에선 비슷한 소재와 캐릭터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의학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사랑받기 시작한 1990년대 MBC ‘종합병원’(1994년) ‘의가형제’(1997년) ‘해바라기’(1998년)부터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줄거리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로 압축된다. 2000년대에 방송된 SBS ‘외과의사 봉달희’(2007년) ‘뉴하트’(2007년), KBS ‘브레인’(2011년)도 이 계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외과라는 특정 과에만 소재가 한정되는 점도 아쉽다. 1994년 ‘종합병원’부터 현재 ‘굿닥터’까지 신경 흉부 소아 등 각종 외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15개 중 12개에 이른다. 천재 외과의사가 불치병에 걸린다는 내용의 MBC ‘하얀거탑’(2007년)과 현대 외과의사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는 타입슬립 드라마 MBC ‘닥터진’(2012년)은 같은 외과 얘기임에도 독특한 전개로 주목받았지만, 이는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었다.
국내에서는 드라마로 다뤄진 적이 없는 진단의학과나 성형외과 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도 있다. 진단의학과의 괴팍한 천재 의사를 다룬 FOX의 ‘하우스’는 2004년에 시작해 지난해 시즌8까지 내놓았고, 미국 FX네트워크 ‘닙턱’(2003년)은 6편의 시리즈를 내며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의 사연과 맞닥뜨리는 의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국내 드라마처럼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라 할지라도 의사가 다중인격을 가졌거나(NBC ‘두 노 함’·2013년), 죽은 아내의 영혼이 보인다는 독특한 설정(미국 CBS ‘기프티드 맨’·2011년)으로 식상함을 보완한다.
국내 의학 드라마가 반복해 들려주는 ‘외과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창의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법의학을 공부하는 의대생들을 다루거나 수의사를 소재로 한 통통 튀는 드라마들이 있다”며 “당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빨리 만들어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