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버선코 닮은 신관, 대학 대표 얼굴로 활짝경사로에 어울리는 창없는 곡면으로 시선 붙잡아설계자 이은석 교수 “신축비용 반값에 리모델링”
올해 2월 리노베이션 공사를 끝낸 서울 총신대 신관. 간결한 곡선과 최소한으로 창을 낸 디자인은 르코르뷔지에의 대표작 ‘롱샹성당’을 떠올리게 한다. 과감한 곡면 설계로 밋밋하던 교정의 표정이 풍부해졌다.
리노베이션 이전의 총신대 신관 전경. 코마건축사사무소 제공
원래 이 건물은 평범한 6층짜리 상자형 건물이었다. 이 교수는 기존 건물 기둥에 철골 캔틸레버(외팔보)를 설치한 뒤 베이지색 사비석으로 외피를 둘렀다. 학교 경사로의 커브와 일치하는 이 곡면 덕에 밋밋했던 학교엔 뚜렷한 표정이 생겼다.
총신대 신관 외벽 곳곳에 설치해 둔 작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십자가 조명과 함께 경이로운 밤풍경을 그려낸다. 사진작가 남궁선 씨 제공
“창은 흉터 같은 존재입니다. 창이 많으면 건물의 형태는 보이지 않고 창만 보이게 돼요. 곡면의 볼륨을 살리려면 창이 없어야죠. 창의 개수가 모두 66개로 성서를 뜻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정확한 숫자는 저도 모릅니다.” 입면에 뚫어놓은 네모 중 일부는 창이 아니라 조명이다. 밤이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낮과는 다른 밤 풍경을 그려낸다.
이 건물은 학교 건물이자 종교 건축이다. 버선코처럼 들린 곳의 아래는 ‘묵상의 공간’이다. 이곳에 서서 머리를 뒤로 젖히면 철골 십자가를 통해 하늘이 올려다보인다. 건물 입구의 파랑 노랑 빨강 기둥은 차례로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교리를 뜻한다. 북쪽 끝엔 새벽을 깨우는 종, 그리고 남쪽 꼭대기엔 십자가가 서 있다. 상자 속 십자가는 100개가 넘는 교회를 설계한 이 교수의 시그너처와 같은 것이다.
이은석 경희대 교수
이 교수는 총신대 신관 작업을 통해 리노베이션의 가치를 실감했다고 했다. 비용은 3.3m²당 300만 원 미만으로 신축 비용의 절반. 기간은 설계 2개월, 시공에 4개월이 걸렸다.
“신축은 건축법규가 강화돼 불리한 점이 많아요. 리노베이션은 기존 면적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원 절약이라는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와도 부합하고요. 신축 수요가 줄어들면서 리노베이션의 가치는 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