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 방안별 장단점 분석
교육부는 당초 문·이과 완전 융합안에 무게를 뒀다. 문·이과로 나뉜 수능체제를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계열에 상관없이 통합 교과를 운용할 시점이 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발표를 몇 주일 앞두고 변했다. 완전히 바꾸는 데 부담을 느낀 데다 사교육 영향력이 더 커질지 모른다는 내부 지적도 나왔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27일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대입제도를 너무 크게 바꾸는 데 대한 불안감이었다. 여론의 향방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엔 문·이과 융합안을 공론화하는 데 의의를 뒀다”고 밝힌 이유다. 세 가지 방안의 구체적 내용과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선택형 수능을 도입하기 전과 거의 같다. 국어와 영어는 계열 구분 없이 단일 유형으로 치른다. 수학은 문·이과의 범위를 달리해 가형과 나형으로 나눈다. 탐구영역은 지금처럼 사회 과학 직업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에서 2과목을 선택한다.
수능을 포함한 대입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융합교육이란 흐름에 올라탈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단점은 문제다. 각 분야에 유연한 지식을 갖춘 ‘통합형 인재’를 키운다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종찬 서울 휘문고 교사는 “학생의 잠재력 계발, 교육 수월성이란 측면에서 융합형으로 가는 게 맞다”고 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문·이과로 나눠 시험을 보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이과를 학생들이 꺼리므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② 일부 융합안
문과와 이과로 나누되 일부 과목을 다른 계열에서 선택한다. 국어 영어는 계열에 상관없이 같은 유형으로 시험을 치른다. 수학은 공통과목에 1과목을 추가로 선택하면 된다. 탐구영역은 중심 탐구영역에서 2과목, 기타 탐구영역에서 1과목을 고르게 한다. 예를 들어 문과는 사회탐구 2과목에 과학탐구 1과목, 이과는 과학탐구 2과목에 사회탐구 1과목을 선택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구색 맞추기’ 정책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이영미 씨는 “차라리 전면적인 개선안이라면 그에 맞춰 준비하면 된다. 수험생과 학부모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게 애매하게 손을 댄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공계열은 수학 부담이 줄어 학력 저하로 이어질 개연성 역시 크다. 탐구영역을 선택할 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과목만 고르는 ‘쏠림현상’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과제다.
③ 완전 융합안
계열 구분을 없애는 방안이다. 문과든 이과든 학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사회 지리) 과학(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모두 똑같이 치른다.
융·복합교육이라는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이다. 수능에서는 공통학업 능력을, 학교생활기록부에서는 소질과 적성에 따라 심화학습 능력을 측정하겠다는 교육부 방침과도 잘 맞는다.
공부해야 할 탐구영역 과목 범위가 늘어나 사교육비가 치솟을 거란 우려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선 ‘사교육비 절감’을 내세워 탐구영역 선택과목 수를 계열별로 4개에서 2개로 줄였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2020학년도 전까진 역사와 윤리 교과가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해당 교과 지도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