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박근혜 정부 6개월 경제 부문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원칙을 고수하면서 일관되게 추진한 대북정책과 미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펼친 전략적인 외교정책과 달리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에 대한 점수는 평균 이하다. 박근혜 정부가 아닌 어떤 정부가 들어섰더라도 경제정책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실패할 개연성이 커지고,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으로 신흥국가들의 외환위기 조짐이 보이는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산재해 있다.
대외 여건이야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해외발(發)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경제정책을 운용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아직 실체가 모호하고,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추진되는 상법 개정안들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저성장으로 세(稅) 수입이 예상보다 적게 걷히고 있고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추진한 추경예산은 재정의 건전성만 약화시키고 있다.
지금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미래에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지금의 평가를 경제정책의 목표와 추진전략을 새롭게 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의 대내외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경제정책의 목표를 재정건전성 강화와 저성장 극복에 둬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 부도는 경상수지 적자, 재정 적자, 가계의 부채가 겹칠 때 주로 발생하였다. 이 세 가지 요인이 겹친다는 것은 필요 재원을 자국 내에서 조달하지 못하고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채 발행 비용과 이자 부담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해외 자금이 빠져 나갈 때마다 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1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고 수출환경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복지 지출 확대와 저성장으로 인한 세입 기반이 약화되고 있어 임기 동안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140개에 달하는 국정 과제를 발표하였다. 이를 이행하는 데 드는 막대한 재원은 예산 절감 및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지만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부족한 세 수입을 보전하고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17조 원이 넘는 추경을 편성하였다. 예산 삭감 및 세출 구조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최근의 세제 개편 파동에서 보았듯이 세금을 통한 재원 조달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지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복지 범위와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소득 재분배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면서 고용과 성장에 부정적인 효과가 큰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 고교 무상 교육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한 규모와 속도 조절이 요구된다.
기술의 적용과 응용, 그리고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정부의 지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지연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정부의 역할을 국한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고, 투자를 지연시키는 각종 법안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세무조사보다는 조세 인프라를 확충하여 투명한 거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으로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과 약속한 수많은 공약을 다 지키는 것보다 지킬 수 있는 것과 지켜야 하는 것을 선별하고 집중해야 한다. 국민은 위기에 얼마나 강한 국가인가와 흔들림 없는 성장이 가능한가를 두고 박근혜 정부 5년을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