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기본요금 10월부터 인상
서울시가 4년여 만에 일반택시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2900∼3100원으로 올리는 요금 조정안을 27일 내놨다. 서울역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7일 서울시가 택시요금을 500∼700원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시는 요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택시 운전사 처우 개선과 택시 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했다고 설명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 4년 요금 동결, 운송 적자 확인
서울시는 매번 요금 인상 때마다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택시 서비스 질의 향상 문제를 운전 종사자 처우 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현재 법인택시 운전사의 경우 납입기준금(사납금)을 채우지 못할 경우 미납액만큼 정액급여에서 차감당하기 때문에 과속, 신호위반, 승차거부 등 반칙운전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법인택시 교통사고가 개인택시 교통사고의 무려 5.7배나 돼 전체 택시 교통사고의 80.9%를 차지하는 것도 실은 열악한 처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택시요금을 올리면 곧바로 회사 측이 사납금을 올려버려 업주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었다”며 “이번에는 택시 운전사 임금 협상을 먼저 한 뒤 그 결과를 요금 인상에 반영했기 때문에 기사에 대한 처우가 확실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요금 인상을 통해 택시 서비스 개선이 확실하게 이뤄지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시에 따르면 앞으로 택시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승차거부 등 위반 택시 운전사 준법교육 의무이수제 시행 △지정 복장 착용 △택시 청결 의무 및 택시 내 흡연 금지 의무화 △택시 내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의무화 △운수종사자 실명제 △카드결제기 위치 지정 등의 규칙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정지, 과징금, 과태료 등의 행정조치가 부과된다.
하지만 서울시의 택시 서비스 개선 약속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승차거부를 단속하고 있지만 강력한 제재 수단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연료인 LPG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택시의 수를 줄이는 감차 등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택시업계의 어려운 현실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9월 발표할 택시 종합대책에 강력한 단속 내용을 담을 것”이라며 “특히 승차거부의 경우 지금은 벌점만 주게 돼 있지만 앞으로는 운전사가 16시간의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고, 받지 않을 경우 영업을 못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택시업계에 대한 눈치 보기 때문에 요금을 대폭 올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가 18일 택시의 외부 광고 크기를 2배 늘리도록 허용하고 심야버스 노선 확대 발표를 두 차례나 미룬 것도 실은 서울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택시업계의 불만을 무마하려고 내린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 인상 폭은 택시업계의 요구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심야버스 확대 운행은 추석 이전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영·조영달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