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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지혜]정육점 주인을 웃게 만든 ‘향기 마케팅’

입력 | 2013-08-29 03:00:00


카지노에서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돈을 더 많이 쓰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국 사회문제연구소의 인류학자들은 객장에서 좋은 향기가 날 때 슬롯머신 매출이 약 45%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나이트클럽에서는 상큼한 오렌지나 페퍼민트 향이 날 때 사람들이 무대에서 더 오랫동안 춤을 췄다.

향기가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소위 ‘지각전이 효과’ 때문이다. 좋은 향기를 맡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식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향기의 지각전이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아메리칸항공은 1990년대 초 스타벅스와 협력해 커피향 마케팅을 진행했다. 승객이 탑승하기 전 비행기 안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내렸다. 많은 승객이 탑승하면서 커피향을 맡고는 “음, 향기로운데, 이 커피 뭐예요”라고 물었다. 이 이벤트는 당시 시애틀 지역에서만 알려져 있던 스타벅스 브랜드를 미국 전역에 알리는 마케팅 도구가 됐다. 아메리칸항공 입장에서도 고객들의 호의적인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양사에 모두 좋은 시너지가 발생했다.

싱가포르항공은 비행기 안에 ‘스테판 플로리디안 워터스’라는 고급 향수를 뿌린다. 승객들에게 나눠주는 뜨거운 물수건에도 몇 방울 뿌린다. 승무원들도 이 향수만 사용한다. 그 결과 싱가포르항공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은 그 고급스러운 향을 이 항공사와 동일시했다.

향기가 주는 마케팅 효과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향기 자체가 고객의 기분을 즐겁게 해준다. 둘째, 향기가 나는 상품의 감각적 가치를 높인다. 셋째, 향기가 나는 매장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든다. 넷째, 고객들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주고 따라서 매출도 늘어난다.

향기 마케팅은 대기업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정육점은 주변의 대형 할인점과 마트 때문에 몇 년째 매출이 줄고 있었다. 고민하던 주인은 고기 굽는 냄새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떤 고기 요리의 냄새가 행인들을 가장 자극하는지 실험해봤다. 이후 그는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에 가게 앞에서 달콤한 양념갈비를 구웠다. 3개월 만에 정육점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대표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