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유언장의 내용을 보면 그가 소유했던 유한양행 주식 14만941주(시가 2억2500만 원) 전부를 재단법인 ‘한국사회 및 교육신탁기금’에 기증하도록 했다. 유일한 박사는 이미 생전에 유한양행 총 주식의 40%를 각종 공익재단에 기증했는데 이에 이어 개인 소유 주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기증했던 것이다. ‘이윤의 추구는 기업 성장을 위한 필수선행조건이지만 기업가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평소의 생각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1971년 봄 어느 날, 신문을 받아 본 사람들의 마음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진정한 애국자구나! 이런 기업가들이 앞으로 많이 나와야겠는데 가진 자는 더 가지기를 원하건만 이 분만은…” 하면서 기뻐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약업계에 큰 공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다 간 유일한 선생의 유언장이 세상에 공개된 것입니다.>
유일한 박사는 경영은 물론이고 기업의 지배구조 면에서나 납세 부분에서도 다른 기업들의 모범이 됐다. 1926년 유한양행을 창업해 업계 2위의 제약회사로 키웠으며 1962년 경성방직에 이어 두 번째로 기업공개를 했다. 상장 목적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 기업이 한두 사람의 손에 이뤄져서는 발전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참여함으로 해서 회사가 다소 귀찮을지는 모르지만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967년에는 기업들의 엄청난 탈세가 드러나 사회적으로 시끄러웠다. 정부는 유한양행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유한양행은 한 번의 착오도 없이 성실히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1968년 모범 납세 우량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으로부터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최초의 기업이 됐다.
자신의 값진 창조물인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창업자에게 최선의 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유일한 박사는 이미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현재의 관점에서도 놀라울 정도의 깨끗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을 사회에 환원하며 세상을 떠났다. 일부 대기업 총수들이 횡령, 탈세 등의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선 요즘, 그의 아름다운 유언장과 성실한 납세가 다시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