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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인사동 전통문화시설 市-종로구 갈등에 표류

입력 | 2013-08-29 03:00:00

종로구 “전시-공연-체험공간 조성” 추진… 서울시 “관광버스 주차 가능해야” 제동




전통문화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 관광버스 주차공간 확보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종로구가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인사동 문화지구 내 원형탈모처럼 휑한 지역을 전통문화시설로 채우려는 사업인데 거기에 관광버스 주차장을 넣으라니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 터(1588m²)에 전시 공연 체험 창작공간을 갖춘 전통복합문화시설을 짓는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이곳에 대형버스 주차 공간을 만들자는 서울시와 이에 반대하는 종로구가 맞서고 있기 때문.

사정은 이렇다. 종로구는 공영주차장 터에 290억 원을 들여 지상 5층, 지하 4층 규모의 전통문화복합시설을 짓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국비와 시비 77억 원을 확보했다. 지하엔 85면 규모의 주차장을, 지상에는 전통문화상품 판매관, 전시관, 공연장, 표구사 등 공동작업장, 체험공간 등이 들어선다. 인사동의 상업화로 골동품점, 표구점, 필방, 화랑 등 권장 업종이 밀려나면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종로구의 판단이다. 구 관계자는 “인사동에 문화 기반이 줄어들면 관광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며 “길가의 기념품 가게만 휙 둘러보고 지나가는 외국인의 발길을 잡을 수 있는 체험공간과 공연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영주차장 터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가 “원래 주차장으로 확정된 터이므로 대형 관광버스가 지상에 20대 주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계획을 반려시켰다. 이에 종로구 측은 “진입로가 좁아 대형버스는 부적합하며 지하에 12인승 승합차만 가능하다”고 맞섰다. 그러자 시는 “필로티(1층에 공간을 비우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구조)로 짓고 관광버스 10대라도 지상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구는 “필로티 구조로 하면 한옥 느낌의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등 건물 디자인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양측은 21일 시 투자심사회의에서도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당초 연말까지 착공하려 했던 사업은 해를 넘기게 됐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설사 국비를 반납하더라도 인사동에 버스 주차장을 넣을 순 없다”고 말했다. 2015년 2월까지 사업비를 집행하지 않으면 국비를 반납해야 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