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여성 의류 매장 앞에 ‘교환과 환불 불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의 X표 푯말이 붙어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서울 시내 대형 지하상가에서 의류, 신발류를 판매한 뒤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지 않는 ‘배째라’식 영업을 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교환 환불 NO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보면 치수가 맞지 않거나 디자인, 색상에 불만이 있으면 ‘제품에 손상이 없는 경우 7일 이내 교환 또는 환급이 가능하다’고 정확히 명시돼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상점에서 이런 식으로 물건을 팔아도 현행법상으로는 이것을 제지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 해당 점주의 양심에 맡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기본법 제16조에 따라 소비자가 소비자원에 신고를 하면 소비자원은 당사자 간 합의나 권고를 하는 중재 역할을 맡을 뿐 그에 따른 영업 정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적 처벌 규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서초구청, 강남구청에서도 명확한 행정적 처벌 규정이 없어 이 같은 실태는 알고 있지만 단속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신용카드도 안 받아 탈세 우려
공정거래위원회는 “점주들은 소비자 기본법에 따라 교환 및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애초부터 무효이기 때문에 사전 공지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상점 대부분은 고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를 받지 않거나 현금가, 신용카드 가격을 따로 제시하고 있다. 강남역, 반포 지하상가의 대부분의 의류 및 신발 상점에서는 카드가를 현금가보다 1000원 더 받고 있었고 심지어는 카드가와 현찰가가 5000원가량 차이 나는 곳도 있었다. ‘세일 중’이어서 카드는 일절 받지 않는다는 곳도 많았다.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우리는 싸게 팔기 때문에 마진을 조금밖에 남기지 않아 카드를 받으면 수수료 때문에 남는 게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남역 지하상가를 찾은 박정란 씨(52·여)는 “신용사회에서 버젓이 점포를 내고 장사하는 곳에서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