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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25호는 재역전 투런

입력 | 2013-08-29 03:00:00

홈런 단독선두… 넥센, LG 또 울려
NC 방망이 대폭발 삼성 9-1 대파
SK 9회말 환호… 롯데와 1경기 차




1960, 7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포수로 뛰었던 조 토리 전 뉴욕 양키스 감독은 “포수 중에는 투수 공도 받을 줄 아는 타자와 공도 칠 줄 아는 포수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저 공격형 포수와 수비형 포수를 구분하는 표현만은 아니다.

어떤 포수는 수비 때 타자처럼 생각한다. ‘내가 타자라면 지금 이 공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유형이다. 반면 타석에서 상대 포수 관점으로 생각하는 포수들도 있다. 마음속에 포수로서의 자신을 먼저 설정하고 이후 타자로 커가는 방식이다.

포수부터 되고자 한 선수들은 오히려 나중에 종종 대형 타자로 성장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수비 부담을 덜기 위해 포지션을 바꾸는 일이 잦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포수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8일 프로야구 잠실 LG 경기에서 포수 출신 넥센 박병호(사진)는 이 ‘마음속 포수’가 어떤 존재인지를 증명해 보였다. 2-3으로 넥센이 뒤지고 있던 8회초 공격. 1사 주자 2루에서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 전까지 삼진 2개를 당하며 3타수 무안타로 막혀 있던 상황. 마운드에 있던 LG 구원 투수 이동현은 볼 세 개를 연달아 던졌다. 고의사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던 분위기였다. 박병호는 스트라이크 하나를 지켜보고 헛스윙을 하면서 상대에게 ‘힘 대 힘’으로 맞붙자고 승부를 걸었다.

이날 2타점 역전타를 치며 한껏 분위기가 올라있던 LG 포수 윤요섭이 이 수에 말려들었다. 윤요섭은 힘 대 힘으로 한번 붙어보자는 듯 이동현에게 속구 두 개를 연달아 주문했다. 박병호는 첫 번째 속구는 커트한 뒤 두 번째 속구를 잡아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두 점짜리 역전 홈런이자 박병호가 홈런 단독 선두로 나서는 시즌 25호 홈런이었다. 넥센은 이 점수를 잘 지켜 4-3으로 승리하면서 이날 경기가 없던 두산과 공동 3위가 됐다.

반면 5위 롯데는 광주에서 KIA에 4-5로 패하면서 공동 3위권과 승차가 3경기로 벌어졌다. SK는 박진만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한화에 4-3 재역전승을 거두고 롯데를 1경기 차로 쫓아갔다. 대구에서는 NC가 삼성을 9-1로 꺾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