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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수였지만… 아들아, 너는 마스크 쓰지 마라

입력 | 2013-08-29 03:00:00

■ 프로야구 父子선수들 살펴보니
“안방마님 힘들어” 대물림 1명뿐
“뛰어보니 내야수 희소성 있더라” 아들 7명 선택 최고인기 포지션




야구를 잘하는 유전자는 따로 있는 걸까. 프로야구가 출범(1982년)한 지 30년이 지나면서 부자(父子) 프로야구 선수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26일 열린 2014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드래프트) 때는 프로야구 2세 선수 5명이 한꺼번에 뽑혔다(표 참조).

재미있는 점은 이번에 뽑힌 5명 중 아버지와 포지션이 똑같은 선수는 문지훈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순철 KIA 코치도 프로 초기에는 아들 이성곤처럼 3루수로 뛰었지만 외야수로 골든글러브를 더 많이 받았다.

이미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투수(5명)나 포수(4명) 출신이 많지만 아들 중에는 내야수가 7명으로 가장 많다.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내야수가 희소성이 있다는 걸 프로에서 뛰어 본 아버지들이 알기 때문인 것 같다”며 “다른 포지션보다 내야수는 감(感)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야구하는 걸 보면서 큰 선수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 역시 현역 시절에는 2루수가 주 포지션인 내야수였다.

투수 아버지는 아들에게도 투수를 시키고 싶어 하지만 포수는 그렇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대를 이은 투수는 적지 않지만 대를 이어 포수를 하는 건 장광호 LG 코치와 두산 장승현뿐이다. 포수의 고충을 아버지가 너무 잘 알기에 아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야구계의 일반론이다.

아버지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왼손 투수 출신, 자신은 오른손잡이로 LG 내야수 출신인 김정준 SBS-EPSN 해설위원은 “몸은 두 분(아버지, 어머니)한테 동시에 물려받는 것이라 아버지 생각대로만 되는 건 아니다”라며 “나도 학창 시절 투수를 꿈꿨지만 잘 안 됐다”고 웃었다.

이번에 외야수로 SK에 뽑힌 정민태 롯데 코치의 아들 정선호도 투수를 하다 팔꿈치를 다쳐 외야수로 전향한 케이스다. 정선호는 프로에 가는 대신 대학에 진학해 다시 투수로 승부를 보기로 마음을 굳혀가는 상태다. 대학에 진학하면 졸업 후 새로 신인 지명을 받아야 한다.

드래프트제도 때문에 신인 선수에게 구단 선택권이 없어 아들이 아버지가 뛰었던 팀에서 뛰는 경우도 드물다. 한화 외야수 송우석은 아버지 송진우 코치와 한솥밥을 먹고, KIA 투수 송원호도 아버지 송유석이 전성기를 보낸 팀에서 뛰지만 이는 신고선수(연습생) 출신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롯데 외야수 전준우(우투우타)는 아버지는 아니지만 장인이 태평양에서 은퇴한 1루수 출신 김바위(좌투좌타)다. 두 사람 역시 포지션도 팀도 다르고, 쓰는 손도 다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