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는 “문과생도 이과계열 교차지원 허용을”대학은 “이공계 신입생 수학-과학 능력 저하”
특히 3안으로 제시된 문·이과 완전융합안은 ‘시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요구와 ‘사교육이 증가한다’는 우려가 맞부딪치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부가 10월에 최종안을 확정하기까지 여론수렴 단계에서 공방이 오갈 쟁점들을 따져본다.
○고교 먼저? 대학 먼저?
문제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다. 제도만 보면 국내 고교에서도 이미 제7차 교육과정부터 문·이과 계열 구분이 폐지됐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서 여전히 문·이과 구분이 남아 있는 바람에 고교가 그에 맞추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수능 문·이과 융합 논의에서는 고교 교육과정이 먼저 바뀌어야 하느냐, 아니면 대학이 먼저 입시 장벽을 허물어야 하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교는 대학들이 입시에서 문·이과 장벽을 허물지 않는 이상 고교가 바뀔 도리가 없다는 분위기다.
이와 별도로 문·이과가 제대로 융합하려면 고교의 교과과정 편성 자율권이 더 확대되고 학생들의 관심에 따라 선택 이동형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차지원 불균형
수시모집 때 이공계 모집단위에서는 수학 과학 위주의 면접, 구술고사, 수리논술을 본다. 정시모집에서는 모집단위별 수능 응시 가능 과목의 조합이 고정돼 있다.
이런 관행이 불합리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서울대는 문과생에게 교차지원의 길을 열기 시작했다. 2014학년도 입시에서 자유전공학부와 공대 일부 학과(건축학과, 산업공학과)에 문과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했다. 일부 단과대는 2015학년도부터 교차지원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들이 지금처럼 교차지원 문호를 완고하게 닫아놓는다면 수능 문·이과 융합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공계 신입생 학력 저하
수능 문·이과 융합안을 반대하는 이들 중에는 공대와 자연대 신입생의 수학, 과학 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대학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선진국 대학들은 1학년 때 전공 기초과목들을 가르치지만 국내 대학은 유독 고교에서 배워오길 요구한다는 것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