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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티니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이 명곡의 진짜 작곡가 누군지 아세요

입력 | 2013-08-29 03:00:00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




바로크 앙상블 ‘무지카 글로리피카’가 9월 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콘서트 ‘코렐리 찬가’를 개최합니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명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의 서거 300주년을 기념해, 코렐리와 그를 사랑했던 동시대 음악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음악회입니다.

독자 중에는 “잘 알려진 타르티니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도 들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주세페 타르티니(1692∼1770)는 코렐리와 한 세대밖에 차이 나지 않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이며, 그가 코렐리의 주제를 변주곡으로 만든 작품이라면 이 콘서트의 주제에 딱 들어맞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이 콘서트에서 이 곡은 연주되지 않습니다. 무지카 글로리피카에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이유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 곡은 실제 바로크 시대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작곡가이자 명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프리츠 크라이슬러(1875∼1962)는 한때 쿠프랭, 바흐, 비발디의 알려지지 않은 악보를 발굴해 연주하며 ‘옛 바이올린 음악 발굴의 개척자’로 불렸습니다. 타르티니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1930년대 중반 음악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들 작품의 발굴 근거를 크라이슬러가 밝히지 않았으며, 스타일도 옛 음악으로 보기는 미심쩍은 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크라이슬러는 이 작품들이 실제로는 자신이 쓴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작곡가와 제목이 바뀔 뿐, 작품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왜 실제로 자신의 곡임을 감추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우리가 아는 명곡 중에는 의외로 이처럼 알려진 작곡가와 실제 작곡가가 다른 경우가 적잖습니다. 특히 인기에 비해 남아있는 문헌이 많지 않은 바로크 작곡가들이 ‘이름 빌리기’의 표적이 됩니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실제 알비노니의 곡이 아니라 이탈리아 음악학자 레모 자초토(1910∼1998)의 곡입니다.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는 오페라의 창안자로 알려진 카치니가 아니라 러시아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블라디미르 바빌로프(1925∼1973)의 곡입니다. 헨델의 ‘주께 감사를’도 헨델이 아니라 말러, 브루크너와 교분을 가졌던 오스트리아 작곡가 지크프리트 오크스(1858∼1929)의 곡임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크라이슬러가 직접 연주하는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비롯한 이들 작품을 다음 QR코드와 링크를 통해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24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