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팝그룹 아바를 낳은 스웨덴… 제2의 전성기 맞은 음악산업 현장을 가다
“피아니시모와 포르티시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죠. 더 세게!” 26일 오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의 아돌프 프레드리크 초등학교에서 교사 펠레 올라프손 씨(51·사진 가운데 선 남자)가 아이들에게 합창을 지도하고 있다. 스톡홀름=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본보 3월 1일자 19면 참조 [세계는 지금 케이팝 조립 중]<7·끝>케이팝, 더 이상 국산이 아니다
무엇이 스톡홀름을 세계 대중음악계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엔진으로 만들까. 기자는 스웨덴 대외홍보처 초청으로 24∼27일 스톡홀름의 음악 산업 현장을 돌아봤다.
26일 오전 10시 스톡홀름 시내 텡네르가탄에 위치한 아돌프 프레드리크 공립초등학교 교실에서 합창 연습이 시작됐다. 변성기 이전의 소년 41명은 난해한 화성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웬만한 성인 합창단을 능가하는 빼어난 하모니를 들려줬다.
이들 중 37명은 장래 희망이 음악가다. 36명이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배운다. 8명은 팝이나 록 음악가가 되고 싶어 한다. 학생들은 마이클 잭슨, 마커스 밀러, 다프트 펑크 같은 좋아하는 뮤지션 이름을 줄줄이 대며 즐거워했다. 이곳은 음악 전문학교가 아니다. 정규 교과과정 외에 수준 높은 음악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학교는 2011년부터 실력 있는 음악교사를 초빙하고 합창경연대회에 나가 이름을 알렸다.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먼 나라에서도 음악 교육법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학생 알빈(14)은 “레지나 스펙터(미국 싱어송라이터)처럼 독특한 팝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기초를 배울 때”라고 했다.
알빈처럼 일반학교에서 튼튼한 음악적 기초를 다진 이들이 다양한 산업에서 모험가적 기질을 펼치면서 스웨덴 음악계는 자국 가구 브랜드 이케아 같은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들기)와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신선한 ‘게릴라’를 양산하고 있다.
이곳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발명 전문 회사이지만 주력을 음악기기에 뒀다.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을 스피커에 적용한 ‘클라우드 스피커’도 내놨다. 예스페르 쿠토프드 틴에이지 엔지니어링 CEO는 “매주 쏟아지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해체하는 작업을 빠르게 반복하기 위해 본사를 차고에 뒀다”면서 “전통적이고 지루한 공학의 개념을 벗어나고자 틴에이지(10대)라는 이름을 사명에 붙였다”고 했다. 틴에이지는 OP-1의 후속 제품인 OP-2를 곧 내놓는다. 자신이 만든 음악을 휴대전화에 연동해 디지털 음원으로 바로 발매할 수 있도록 하고 가격도 5000크로나(약 85만1500원)대로 낮출 계획이다.
독특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과 합리적인 수익 분배 구조는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스웨덴 인디 팝 밴드 마이크 스노의 보컬 앤드루 와이어트는 고국인 미국에서 활동을 하다 2년 전 스톡홀름에 아예 정착했다. 와이어트가 세계 평단의 찬사를 받는 피터 비에른 앤드 존, 리케 리와 함께 작업하는 인그리드 스튜디오는 카페 ‘파파 그라파’의 안쪽에 자리한 55m²짜리 반지하 공간이었다. 와이어트는 “스웨덴 음악계는 효율적인 협업의 전통이 강하다”면서 “라디오에서 마이크 스노의 음악이 재생될 때마다 내 연주에 대한 상당한 저작인접권료가 지불된다. 이것은 미국에도 없었던 합리적인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스톡홀름=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