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홍보 뒷전, 티켓 강매 열중… 관중석 텅텅 비어 예산만 낭비 “최고 시설” 큰소리 친 경기장도 대회 끝나면 활용할 길 막막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그런데 유 아나운서가 대회가 열리는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 자신의 차를 세워둘 공간을 얻게 된 건 개막 나흘 뒤였다. 이전까지는 1.5km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경기장까지 걸어왔다.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주차장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조직위에서 미디어용으로 준비한 주차장에는 30대 안팎의 차만 댈 수 있었다. 그나마도 대부분 외신과 지역 기자들이 차지했다. 한 일간지 기자는 “해도 너무해서 ‘이러면 서울로 그냥 올라가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주차장 자리를 마련해 주더라”고 말했다.
이런 미숙함은 대회 시작 전부터 예견됐다. 조직위는 대회 개막이 열흘도 남지 않은 16일 서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조직위를 대표해 참석한 윤종호 조직위 문화홍보본부장은 “위원장님이 오셔야 하는데 제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에게는 겸손한 인사치레가 아니라 ‘왜 나를 보냈느냐’는 듯한 말투처럼 들렸다. 실제 그는 “눈여겨볼 만한 한국 선수가 있느냐” “세계 최고 스타는 누구냐”는 질문에 준비가 덜 된 듯 “알아보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게다가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개막식에 못 온다”는 말까지 굳이 했다. 귀를 의심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가 그들만의 축제였다면 그저 ‘참 답답한 사람들’이라고 넘기면 그만. 그러나 이 대회의 예산 933억 원이 누구 호주머니에서 나왔는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게다가 조직위에서 “전 세계 넘버 원”이라고 자랑한 탄금호 경기장은 내년 인천 아시아경기 때는 무용지물이다. 경기도 내 시설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 표현에 ‘흰 코끼리(white elephant)’라는 말이 있다. 받아도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너무 크고 비싼 선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직위에는 대회 자체가 흰 코끼리였다. 그리고 커다란 코끼리 발에 밟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