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제국의아이들의 박형식이 MBC ‘진짜 사나이’를 통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데뷔 이래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덩달아 1년여 만에 컴백한 팀의 신곡 ‘바람의 유령’도 음원 차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타제국
■ 일밤-진짜 사나이 ‘아기병사’ 박형식
아기 같은 모습 벗어내고자 출연 결정
죽도록 고되지만 내 인생 최고의 선택
듬직하고 부지런해진 내 모습에 보람
군 생활에 드라마 · 뮤지컬 · 그룹 활동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이 악물고 노력
‘우리 형식이가 달라졌지 말입니다!’
나아가 실제로 ‘인간’ 박형식도 180도 바뀌었다. ‘진짜 사나이’ 출연 이전에는 그저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한 멤버였다면, 출연 이후에는 ‘박·형·식’이라는 이름 석 자까지 제대로 세상에 알렸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걸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함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나를 도와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이후에는 ‘이런저런 장면 잘 봤다’ ‘멋있더라’고 콕콕 찍어주니까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대화도 풍부해졌다.”
● “오기도 없는 한심한 나, 깨보고 싶었다”
프로그램에서 유독 박형식이 눈에 띄는 것은, 전혀 세상 물정도 모를 것 같은 철없는 남자 ‘아이’가 군대라는 집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때로는 귀여우면서 대견스럽고, 또 때로는 남동생처럼 안쓰럽게 보이는 까닭이다.
“투정도 잘 부리는 막내였다. 말도 우물쭈물, 행동도 느릿느릿한 스타일이었다. 어느 날 문득 ‘나에게 남자다운 모습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게으른 내 삶을 한 번 바꿔보자고 다짐했다. 지금은 죽도록 고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요즘 그를 만나는 이들마다 나이가 되면 군에 입대할 텐데 ‘왜 미리 사서 고생이냐’고 자주 묻는다. 처음엔 그 스스로도 겁이 났지만, 자신의 한계를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는 “오기도 없고, 독기도 없는 내게 많은 걸 깨우치게 해준 ‘신의 한수’”라고 자신했다.
그만큼 의젓하고 듬직해졌다. 스스로도 느낀단다. 과거엔 잠이 많아,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잠에 빠져도 부족했다. 하지만 군 생활을 체험하면서 이젠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어날 시간이면 단박에 잠자리를 떨쳐낸다.
“자신감이 점점 더 생긴다. 예전에는 ‘너 이거 했어? 안했어?’라고 강하게 물어보면 위축돼 말도 못 하고 그 상황을 피하기 바빴다. 이제는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고 바로바로 대답이 나온다. 뭐랄까, 어떤 상황에 맞닥뜨려도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예능프로그램이라고 얕잡아보면 안 된다. 촬영하는 일주일 내내 일반 병사들과 똑같이 행동한다. 우리들 때문에 그들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 유격훈련을 하거나 행군할 때 악에 받칠 정도로 다들 힘들어 한다. 다치기도 많이 하고. 하지만 힘들다고 해서 열외는 당하기 싫다. 어느 한 명이라도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의리도 생기고 우정이 깊어지는 것 같다.”
제국의아이들 박형식. 사진제공|MBC
●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지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박형식은 요즘 그야말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3주에 한 번씩 일주일간 군 생활을 체험하고, 그 사이사이 드라마와 뮤지컬, 각종 예능프로그램, 여기에 최근 활동을 새롭게 시작한 제국의아이들 일정까지 모두 진행하고 있다.
“솔직히 힘들어 죽겠다. 스케줄이 꼬이는 무리수가 있지만, 일하는 게 즐겁고 내가 하고 싶은 분야라서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시작한 뮤지컬이나 드라마도 소속사에서 ‘둘 중 뭐 할래?’라고 물어봤지만 ‘둘 다 해 보겠습니다’고 했다. 어느 정도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잠 좀 못 자면 어떤가. 열심히만 하면 되는 거다. 뮤지컬을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매일 혼나지만, 그러면서 배우는 게 많다. 어느 하나라도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와 뮤지컬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10월 방송하는 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을 통해 연기에 첫 도전한다. 함께 출연하는 이민호나 박신혜, 김우빈에 비해 출연 비중은 작아도 “제 몫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캐스팅된 후 김은숙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캐릭터의 비중이 작아도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 조언을 받고자 전화를 드렸다. 흔쾌히 찾아오라고 하셨는데, 스케줄이 꼬이는 바람에 첫 촬영을 시작하고도 찾아가지 못했다. ‘멘붕’이었다. 이러다 이도저도 아닌 게 될까 봐 겁난다.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니까 한편으로는 ‘할 수 있다’ ‘괜찮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옛날 같았으면 불만만 늘어놓았을 텐데, 내가 선택한 거니까 잘 하자는 생각도 갖게 됐다. 행복한 일이다. 앞만 보고 달려갈 거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