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영화들 여름 극장가 점령… 한달 관객수 2000만명 사상 첫 돌파
설국열차(왼쪽) 숨바꼭질(오른쪽)
○ 영화는 사회를 담는 창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관객이 능동적으로 구매하는 콘텐츠다. 무차별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 비해 표현의 제약도 적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대중이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이 보인다.
반면 미국 극장가는 따뜻한 감성을 담은 가족 영화가 대세다. 올해 흥행 순위 10위권에 ‘슈퍼배드2’ ‘몬스터대학교’ ‘오즈의 마법사’ 등 초등생이 관람 가능한 영화가 7편이나 된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요즘 한국 영화는 확실히 무거운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장은 “영화를 제작할 때 관객이 공감하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한국 영화들이 요즘 어두운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담아야 영화가 폭발력이 있다. 요즘 시나리오 작가들은 불안감, 분노, 권력의 폭력, 부조리 같은 소재를 그린 각본을 많이 가져온다”고 전했다.
○ “불안한 시대에 영화에서 탈출구 찾아”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21세기 소년’이나 ‘진격의 거인’ 같은 종말론을 담은 만화가 빅 히트를 쳤다. 요즘 영화들에는 젊은 세대의 절망이 반영돼 있다. 영화 제작자들이 이 점을 놓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더 테러 라이브(왼쪽) 감기(오른쪽)
신분 상승에 대한 절망감은 수치로 확인된다. 통계청의 전국 성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다음 세대에서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1999년 11.1%에서 2011년 42.7%로 치솟았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과 계급의 문제가 사회적 공간으로 나오지 못하고 문화적 영역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문제를 법적,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상상 속에서만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 정치권과 엘리트 계층이 영화에 표현된 대중의 심리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