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기 잠적 하루만에 모습 드러내… 국정원, 신체-의원실 압수수색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29일 국회 의원회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압수수색 범위를 두고 국정원과 이 의원 측이 마찰을 빚느라 압수수색은 오후 2시 반에야 재개돼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하루 만에 나타나 “국정원의 날조”
이 의원은 당 회의에서 “저에 대한 혐의 내용 전체가 날조”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어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인 국정원이 진보와 민주세력을 탄압하고 있다”며 “유사 이래 있어본 적 없는 엄청난 탄압책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장에 적시된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비롯한 내란음모 혐의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이 의원이 전략을 바꾼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변장을 하고 도주를 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데다 “당당하다면 왜 수사를 피하나”란 비난이 고조되면서 더이상 숨어 있다가는 여론만 악화될 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야당 인사는 “결정적인 증거물 등을 숨겨놓기 위해 시간이 좀 필요했지 않았겠나”라며 “다시 나타난 것은 어느 정도 상황 파악, 대응 방안 등이 마련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사안에 대한 진위 공방보다는 국정원의 수사 전체를 ‘야당 탄압’ ‘용공 조작’으로 몰면서 당 차원의 투쟁으로 맞서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만 하루 이상 걸린 압수수색
한편 국정원은 이날 이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520호)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이 오전 10시 반 당 회의를 마치고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오자 수색을 재개하려 했다. 그러나 압수수색 범위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대치 상태를 이어갔다. 통진당 측은 ‘의원 집무실’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국정원 측은 보좌관들의 책상을 포함한 의원실 전체를 수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오경엔 양측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싸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결국 양측은 통진당의 요구대로 집무실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오후 2시 30분 압수수색을 재개했다.
이 의원은 오후 3시 10분경 변호사와 함께 압수수색영장 내용을 열람한 뒤 신체 수색을 받았다.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은 압수와 수색으로 나뉘는데, 휴대전화, USB 등 휴대가 가능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신체나 옷에 대한 수색 영장이 포함된다.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피의자가 옷 속에 중요한 증거 자료를 숨길 경우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체 압수수색을 마친 이 의원은 오후 3시경 옆방인 같은 당 오병윤 의원실(521호실)로 이동했다. 오후 4시 10분경엔 근처 김재연 의원실(523호실) 관계자들이 이 의원이 머무는 오 의원실로 간이침대를 옮겼다. 오후 8시엔 치킨, 김밥 등 먹거리가 오 의원실로 들어갔다. 압수수색은 자정 무렵까지 계속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담긴 문서를 복사하고, 삭제된 문서를 복구해야 하는 까닭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손영일·민동용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