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 도착 80분뒤에야 압수수색 집행이석기측에 증거인멸 시간 벌어준 셈
28일부터 진행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10명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과정을 보면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보통 압수수색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삐걱대면서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고 있다.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 28일 오전 1시 반경인데 집행은 4시간 반 뒤인 오전 6시 무렵부터 시작됐다. 이 공백 사이에 핵심 용의자인 이 의원은 종적을 감추고 하루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이는 수원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야간에까지 압수수색을 할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며 야간 집행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간 압수수색도 이 의원 국회 사무실과 자택의 경우엔 대치 상황이 벌어지면서 제대로 압수수색을 못했다. 이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 국정원 직원이 도착한 것은 28일 오전 6시 40분경이었다. 하지만 정작 집행은 1시간 20분 뒤인 오전 8시부터 이뤄졌다. 국정원이 국회의장 등에게 알리는 절차를 거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국회 관계자는 “국회사무처 입법차장이 수사관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확인한 시각은 28일 오전 7시 35분경이며, 수사관들은 영장 제시 직후 국회의사당에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국회 통보 때문에 늦어진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 의원 측과 협의를 거쳐 결국 다음 날 오후 2시 압수수색을 했다. 이는 강제력 동원으로 인한 정치적 공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9일 이뤄진 이 의원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은 사실상 ‘보여주기’용에 그쳤다. 28일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 의원이 종적을 감춤에 따라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신체 압수수색은 중요문서나 휴대전화, USB 등을 소지할 것에 대비한 것인데 이 의원이 미리 알고 도피하는 바람에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