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李에 포섭… 당시 노동운동 담당, 통진당 여론조사 맡은 회사대표 활동李, 특별사면후 2004년 RO 설립… 공안당국 “RO는 민혁당 후신” 판단
국가정보원이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49)가 과거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당원이었던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내란음모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된 10명 가운데 민혁당과의 관련성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후 두 번째다.
이 의원은 2003년 3월 서울고법 형사1부에서 민혁당을 창당하고 경기남부위원장으로 활동한 혐의(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등)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문을 보면 이 의원은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 시절 조 대표를 당원으로 끌어들여 위원회 산하 노동사업운동부를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표는 경희대 서반어과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이 의원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표로 있는 사회동향연구소는 이 의원의 정치컨설팅 회사 CNP전략그룹(현 CN커뮤니케이션즈)이 2010년 설립한 여론조사 회사로 통진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주로 좌파단체의 여론조사 용역을 수주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통진당 내부에는 이 의원 외에도 민혁당 출신 인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상규 의원도 민혁당 창당 멤버로 참여해 수도남부지역사업부를 이끌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울산 북구의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했던 김창현 울산시당 공동위원장과 박경순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 지난해 총선에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이의엽 전 정책위의장 역시 민혁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민혁당은 한때 민족해방(NL) 계열 주체사상파의 대부였던 김영환 씨가 1992년 하영옥 씨 등과 함께 만든 지하조직으로 1997년 김 씨의 전향으로 해체된 뒤 1999년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이후 하 씨와 이석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혁당 잔존 세력들은 ‘경기동부연합’ 등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민중민주(PD) 계열이 1997년 세운 민주노동당에 대거 입당하며 차츰 세력을 확대했고, 2003년부터는 사실상 당권을 장악했다. 이후 2006년 ‘일심회’ 간첩사건이 터지면서 PD와 NL 간의 갈등이 깊어졌고, 2008년 심상정 노회찬 씨 등이 당을 떠나 진보신당을 만들면서 민노당은 이들 세력이 주도하게 됐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은 지난해 1월 다시 통진당으로 합당했지만 경선 부정 논란이 이어지면서 다시 갈라져 통진당 역시 NL 계열이 당권을 잡고 있다.
민혁당은 당원 간에도 서로 당원인지 모르게 할 만큼 점조직으로 운영된 만큼 공안당국의 수사망을 피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당원이 더 있을 개연성도 높은 상황이다.
공안당국은 민혁당 잔존 세력이 대외적으론 통진당에서 활동하고 RO라는 조직을 만들어 비밀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은 2003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2004년경 RO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RO는 회합의 규칙도 엄격했다. 이 의원은 대규모 회합의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이 술을 먹은 사실을 알고 회합을 바로 취소한 뒤 다음 날 다시 소집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RO가 민혁당의 후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성열·손영일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