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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프리카 롤모델” 너도나도 일어나 새 나라 가꾼다

입력 | 2013-08-30 03:00:00

[글로벌 새마을운동]<下> 아프리카 ‘한국 배우기’ 붐




르완다 기호궤 마을에 파견된 한국의 새마을 리더 봉사단원(오른쪽)이 이 마을 어린이들과 함께 휴대전화로 틀어놓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한국이 새마을운동을 펼치고있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이미 많은 노래와 춤을 배웠는지 능숙하고 신나게 동작들을 금방 따라 했다. 키갈리=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테오네스트 씨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하는 이곳 새마을운동의 리더 중 한 명이다. 그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뒤 시간별로 할 일이 생기면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7세, 13세 두 아이와 아내도 처음에는 “왜 우리가 이렇게 일해야 하느냐”며 투덜댔지만 이제는 자발적으로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각종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 새마을 협동정신, 르완다 대학살 상처 보듬다

르완다는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참혹한 아픔을 겪은 곳이다. 1994년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분쟁으로 3개월 만에 인구의 10%에 이르는 80만 명이 학살됐다. 피비린내 속에 처참하게 분열됐던 르완다는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32달러(2012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다. 모성사망률만 해도 10만 명당 340명으로 한국의 70배에 이른다. 전기도 식수도 공급되지 않는 시골 빈농에서는 아이들이 하루 한두 끼를 카사바(감자와 비슷한 작물) 가루를 끓여 만든 죽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러나 내전의 상처를 극복하고 빈곤에서 탈출하려는 르완다 정부의 의지는 남다르다.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의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국가 개발 목표인 ‘비전 2020’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연평균 11.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이다. KOICA를 비롯한 해외 원조 기구들과의 협력도 다른 어느 아프리카 국가보다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진행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동립 KOICA 르완다사무소 부소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간단한 행정조치를 하는 데도 몇 달씩 걸리기 일쑤인데 르완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우리 요청들을 처리하려 한다”며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지성이면 감천인 법이다. KOICA는 이 나라에 아프리카 국가를 통틀어 가장 많은 103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해 놓은 상태다. 무상원조 규모는 1991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2569만 달러(약 286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르완다에서 새마을운동의 확산 가능성을 특히 주목한다. 대학살 후 분열된 국민들을 통합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새마을운동의 협동 정신과 일맥상통하다고 보고 있다. 르완다에 ‘우무간다’라는 주민들의 전통적 협업 방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주목할 특징이다. 우무간다는 주민들이 매주 한 번씩 모여서 마을이나 지역사회의 현안을 논의하고 잡초 정리, 극빈자를 위한 집짓기 등 마을에 필요한 일을 공동으로 함께 하는 활동을 뜻한다. KOICA의 문상원 새마을운동사무국장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왜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르완다 사람들의 경우 협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업 진행이 훨씬 수월하고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 “한국은 아프리카 빈곤 탈출의 롤모델”

르완다뿐만이 아니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관심은 한국 정부가 이 운동의 국제화에 속도를 내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에티오피아 외교장관은 19일 김영목 KOICA 이사장과의 면담에서 “우리 정부 내에 새마을운동을 비롯해 한국의 경제발전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인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테케스테 재정경제개발차관도 김 이사장과 만나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과 발전 사례를 따르고 싶다”며 “새마을운동은 에티오피아의 성장 발전에 매우 중요하고도 유용한 운동이니 이를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도 5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아프리카의 개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자국에서 대국민 연설을 할 때에도 새마을운동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달 13일 김 이사장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를 방문해 농가공 전략 수립 문제를 논의했을 때 재무기획장관과 외교장관, 정보통신기술장관, 교육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해 “국무회의 수준”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 “대학살 단죄보다 용서에 중점… 미래 위한 선택” ▼
르완다 진실화해위 하뱌리마나 총장 “상처 치유 토대 갖춰져… 신뢰 회복중”

“우리는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대학살의 상흔을 극복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려는 르완다의 시도는 발전의 핵심 바탕이자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됩니다.”

르완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장바티스트 하뱌리마나 사무총장(사진)은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답변에 ‘화해’ 또는 ‘통합’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았다.

16일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대학살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국가적 토대는 잘 갖춰졌다”며 향후 르완다의 발전 가능성을 강조했다.

르완다는 12만 명에 이르는 대학살의 가해자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 외에 ‘가차차’라고 불리는 마을 법정을 활용했다. 가해자들이 가차차 법정에서 죄를 인정하고 참회하면 희생자의 가족들이 이 자리에서 이들을 용서한 뒤 양측이 함께 마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처벌과 단죄보다는 용서와 포용을 앞세우는 방식이다.

하뱌리마나 사무총장은 “1994년 대학살은 개인들의 잘못이 아니라 학살을 사주하고 미움을 조장한 정부의 책임”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죽이다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용서와 화해는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너진 신뢰가 80% 정도는 회복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대학살의 원인을 분석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각종 평화 정착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는 일을 맡고 있다. 사회 통합과 관련된 각종 교육도 한다. 하뱌리마나 사무총장은 “르완다인들은 이미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의 공통점을 더 많이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키갈리(르완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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