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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미들아웃 경제학’

입력 | 2013-08-30 03:00:00


“‘승자독식’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중산층이 소비를 못하면 기업도 소비자를 잃습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요즘 미국 전역을 돌며 국민을 대상으로 경제 강연을 한다. ‘중산층을 위한 더 나은 계약’을 내걸고 지난달 일리노이 주 녹스대에서 시작한 첫 연설에는 ‘중산층’이라는 단어만 28번 등장했다. “미국의 번영은 강한 중산층에 달려 있다”는 오바마의 새 경제 전략에 대해 미국 진보센터는 “낙수(trickle-down) 경제는 가고 ‘미들아웃 경제학(middle-out economics)’이 시작됐다”고 평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가 늘어나면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으로 확대되는 것이 낙수 효과다. 낙수 경제학에선 감세와 탈규제가 성장을 촉진하고,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 중산층도 복원된다고 본다. 미들아웃 경제학은 반대다. 부자 아닌 중산층부터 지원해 두텁게 키워야 한다는 뜻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였던 에릭 류가 만든 말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중산층 우선 경제학, 또는 중산층 복원 경제학이랄까.

▷미들아웃 경제학은 부자 누진세를 강조한다. 하지만 기업 하기 좋은 환경도 중시한다는 점에서 수구좌파와 다르다. 오바마 역시 제조업 지원에 역점을 두되 노조의 역할 아닌 하이테크 제조업을 강조했다. 교육을 중시하되 ‘쉬운 교육’이 아니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오바마는 열변을 토했다. “의회가 협조하지 않으면 전화기를 들겠습니다. CEO에게 전화하겠습니다. 자선사업가에게, 대학 총장에게, 또 노조 지도자에게 전화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제 중산층 복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고용률 70% 달성이 중산층 70% 복원의 근간”이라며 고용과 복지 연계,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을 제시했다. 사교육비 등 가계 부담 완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창조경제 구현이 중산층 복원과 직결된다”고 강조한 건 물론이다. 창조경제학이 만병통치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