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중개인 단순업무 배정 등 차별”美기업 역대 배상액 중 3번째로 많아
2005년부터 진행된 인종 차별 집단소송에서 피고 측에 있던 메릴린치는 소속 직원 1200여 명에게 총 1억6000만 달러(약 1780억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고 28일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소송을 낸 직원들과 회사 양측은 다음 달 3일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집단소송을 주도한 조지 맥레이놀즈 씨는 30년간 메릴린치에서 근무한 흑인 증권 중개인이다. 그는 2005년 메릴린치가 흑인 중개인들을 단순 업무직으로 돌리고 이들의 거래처를 백인 중개인들에게 분배하는 등 차별 대우를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메릴린치의 흑인 중개인은 전체 직원 가운데 2%가량으로 회사가 미국 평등고용 보장위원회에 약속한 6.5%보다 낮았다.
메릴린치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월가 최초로 흑인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경험도 크게 작용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메릴린치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흑인인 스탠리 오닐 씨에게 CEO 자리를 맡겼다. 그는 텃세가 심한 월가에서 흑인 최초로 CEO에 올랐다. 메릴린치에서 2005년 인종 차별 소송이 시작된 것도 오닐 씨가 CEO로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메릴린치가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은 미국 기업이 인종 차별에 책임을 지고 배상한 금액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2000년 세계 최대 음료회사인 코카콜라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직원들에게 월급을 적게 주는 등 인종에 따라 차별 대우를 했다는 이유로 직원 2000여 명에게 1억9200만 달러를 배상했다. 이에 앞서 1996년 석유기업 텍사코는 직원 1400여 명에게 1억7600만 달러를 배상했다.
금융기업 가운데는 모건스탠리가 2008년 인종 차별 소송 도중 흑인과 히스패닉계 직원들에게 1600만 달러를 합의금으로 지급하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이번 메릴린치의 배상 금액은 전체 규모로는 세 번째지만 소송 참여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1인당 배상 금액(약 1억4800만 원)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