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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5월 한반도 긴장 최고수위때 “전쟁 준비하자”

입력 | 2013-08-31 03:00:00

[이석기 내란음모혐의 수사]
최근 공개된 北‘전시사업세칙’에도 전쟁 일어났을 때 행동지침 규정




“현 정세는 대격변기이며 대변환기다. (중략) 앞으로 군사적인 위협국면이 더 조성되면 뭐든 이를 수 있다. 북한의 대사상전, 전쟁이라고.”(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최급박한 전쟁의 상황까지 포함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준비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느꼈다.”(김근래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30일 공개된 통진당의 5월 12일 비밀회합 녹취록에는 이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 주요 인사들이 곧 전쟁이 일어날 상황을 가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곳곳에 나온다. 이 의원은 당시 강연에서 “이미 전쟁으로 가고 있다. 전쟁을 준비하자”며 이에 대한 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도시게릴라 방식의 체제 전복 음모는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2011년 터진 왕재산 사건이 있다. 이들은 인천 남동공업단지 등을 폭파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유사시 행정기관, 군부대, 방송국 등을 장악한 뒤 시위 형태의 공격작전 및 궐기대회를 실시하는 계획을 세우다 적발됐다. 1990년대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사건과 1980년대 제헌의회그룹(CA) 사건, 1970년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준비위원회) 사건 등에서도 도시게릴라 방식의 체제 전복 기도가 있었다.

비밀회합 참석자들은 당시 최고조 수위까지 높아졌던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북한의 전쟁 개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북한의 극비문서 ‘전시사업세칙’은 ‘날강도 미제와 그 주구들을 이 땅에서 영영 쓸어버리고 조국을 통일하기 위하여’ 전시상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전시상태 선포가 곧 전쟁을 일으켜 남한에 쳐들어온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세칙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해 △모든 당원과 당 조직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전시에 맞게 진행(14조) △적의 각종 타격에 대처한 전 국가적인 통보체계 및 대상물들에 대한 경비방어 강화(15조) △저녁 10시 이후 인원과 기재의 이동 금지(18조) 등을 규정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군인들은 물론이고 지역 민방위 개념인 노농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 등을 중심으로 민간인들을 조직해 전쟁에 나설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길진균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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