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혐의 수사]최근 공개된 北‘전시사업세칙’에도 전쟁 일어났을 때 행동지침 규정
“현 정세는 대격변기이며 대변환기다. (중략) 앞으로 군사적인 위협국면이 더 조성되면 뭐든 이를 수 있다. 북한의 대사상전, 전쟁이라고.”(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최급박한 전쟁의 상황까지 포함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준비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느꼈다.”(김근래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30일 공개된 통진당의 5월 12일 비밀회합 녹취록에는 이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 주요 인사들이 곧 전쟁이 일어날 상황을 가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곳곳에 나온다. 이 의원은 당시 강연에서 “이미 전쟁으로 가고 있다. 전쟁을 준비하자”며 이에 대한 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도시게릴라 방식의 체제 전복 음모는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2011년 터진 왕재산 사건이 있다. 이들은 인천 남동공업단지 등을 폭파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유사시 행정기관, 군부대, 방송국 등을 장악한 뒤 시위 형태의 공격작전 및 궐기대회를 실시하는 계획을 세우다 적발됐다. 1990년대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사건과 1980년대 제헌의회그룹(CA) 사건, 1970년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준비위원회) 사건 등에서도 도시게릴라 방식의 체제 전복 기도가 있었다.
이 세칙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해 △모든 당원과 당 조직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전시에 맞게 진행(14조) △적의 각종 타격에 대처한 전 국가적인 통보체계 및 대상물들에 대한 경비방어 강화(15조) △저녁 10시 이후 인원과 기재의 이동 금지(18조) 등을 규정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군인들은 물론이고 지역 민방위 개념인 노농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 등을 중심으로 민간인들을 조직해 전쟁에 나설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길진균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