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혐의 수사]국정원이 몰래 녹취했다면 ‘불법’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당직자들을 2010년부터 3년간 감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청의 절차와 방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감청은 법원으로부터 감청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의원 등이 받고 있는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통신비밀보호법 5조’에 따라 감청을 취할 수 있는 범죄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범죄를 계획한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고 감청 외에 다른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점이 인정돼야 감청영장이 발부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지난 3년간 필요할 때마다 검찰을 통해 감청영장을 받아 감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선전화와 인터넷 접속 기록은 전부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유선전화 통화는 전화국 회선에 감청장치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엿들을 수 있다. e메일이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 인터넷으로 오간 정보는 인터넷주소(IP)만 파악하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KT 등 통신사업자를 통해 감청이 가능하다.
유선전화 및 e메일 등 통신수단을 감청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몰래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다.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이 의원이 이끈 지하조직 RO의 회합이 열렸을 때 오간 대화의 녹취록은 감청을 통해 확보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녹취록을 보면 감청으로는 그렇게 못한다. 회합에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이 녹음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 제보나 제공은 불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만약 국정원 직원이 직접 해당 회합을 몰래 녹음하고 동영상을 촬영했다면 불법이라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녹취록이 만약 이 회합의 참가자가 녹음한 내용을 영장을 집행해 확보한 것이라면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