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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집필 한국사 교과서 검정 통과

입력 | 2013-08-31 03:00:00

野-좌파 공격받은 교학사 고교 교과서, 국편 “역사 왜곡 있었다면 통과 못해”
박정희 산업화 공로 비중있게 다룬듯… 내년 3월 채택 앞두고 보혁갈등 예상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검정심의를 통과했다. 민주당과 일부 좌파 단체는 이 교과서가 독재 정권을 찬양하고 민주화 성과를 폄하했다고 비판했으나 심의 결과를 보면 이는 사실과 달랐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필자들이 한국의 산업화 과정, 북한의 세습 체제 및 인권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을 가능성이 높아 내년 3월 일선 고교의 교과서 채택을 앞두고 ‘역사 교과서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편은 8개 출판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심의해 모두 합격 판정을 내리고, 심의 과정에서 교과서별로 수정 보완이 이뤄진 내용을 30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교과서는 9월 2일부터 사전 신청자에 한해 국편에서 직접 열람할 수 있다.

심의 과정에서 교학사 교과서가 논란이 된 이유는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교학사 교과서가 5월 국편의 검정 본심사를 통과한 이후 일부 언론과 좌파 단체는 교학사 교과서가 5·16군사정변을 혁명으로 미화하고,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비하했으며 4·19혁명을 폄하했다고 주장했다. 일제강점기를 미화하고 이승만을 국부로 찬양했으며 김구에 대한 내용을 삭제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어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유관순을 깡패로 기술했다는 소문까지 번지면서 민주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학사 교과서 비판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이런 주장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퍼져 나갔다. 관련 법규상 최종 심사를 통과하기 전까지 교과서 내용을 일절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편이 최종 심사를 마치고 이날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심사 수정보완 대조표’를 공개하면서 이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교학사가 제출한 원본과 국편의 수정권고에 따라 최종 기술된 내용을 보면 5·16에 대해서는 ‘5·16군사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라고 명시했다. 5·18에 대해서는 ‘5·18민주화운동은 세계적으로 군부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의 선례가 되었다’고 기술했다.

이 밖에 안중근이나 유관순, 이승만에 대한 내용은 검정심사 대조표에 나오지 않았다. 교과서 원본 내용이 심의 기준에 부합했다는 의미다.

국편 관계자는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은 다수 학설에 따라 세밀하게 규정되므로 이를 위반하면 검정 통과 자체가 안 된다”면서 “4·19혁명, 5·16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 같은 명칭은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명시돼 있으니 일각에서 주장한 내용이 사실이었다면 교학사 교과서는 검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정보완 대조표에 없는 항목은 처음부터 교과서 내용이 집필 기준에 부합해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역사학자들은 검정 통과로 미루어 교학사 교과서가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기존 역사 교과서에 비해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 성과를 비중 있게 다루거나, 북한의 인권과 세습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9월 학교별 채택 과정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수업에 쓰인다. 서울 A고 교장은 “검정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교과서의 경우 교사들이 채택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좌편향 논란을 빚은 금성출판사 교과서처럼 교학사 교과서도 쉽게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