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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골프의 고전… 그린에서 배우는 인생 철학

입력 | 2013-08-31 03:00:00

◇내 생애 최고의 골프
마이클 머피 지음/민훈기 강영열 옮김/439쪽·1만7000원/미래를소유한사람들




오늘 잘 맞다가 내일 잘 맞지 않는 것은 ‘골프 황제’라는 타이거 우즈(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회 연속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박인비(KB금융그룹)도 이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는 모두 톱 10에도 들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골퍼들도 이럴진대 주말 골퍼들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주말 골퍼들의 관심사는 오직 스코어다. 스코어에 대한 집착에다 내기까지 걸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즐거워야 할 골프가 돈 쓰고 시간 버리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이 책의 주인공 마이클 머피도 그랬다. 젊은 시절 인도로 가는 길에 들렀던 스코틀랜드, 가상의 골프장인 버닝부시에서 머피는 ‘쉬바스 아이언스’라는 이름의 프로 골퍼와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된다.

그는 스코어에 신경 쓰는 전형적인 아마추어 골퍼로 초반부터 형편없는 스코어가 나오자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3번홀(파 5)에서 아마추어 골퍼끼리는 최대타인 더블파(일명 양파·10타)를 선언했는데 아이언스로부터 “11타를 쳤다”는 말을 듣고는 뚜껑이 열려 버린다. 잘 치려고 하면 할수록 플레이는 더욱 엉망이 되어 간다.

이윽고 체념 상태로 마음이 안정되자 아이언스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와 닿기 시작한다. “공과 스위트스폿이 하나라고 생각하세요” “불안한 생각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요”…. 골프와 자신이 하나가 되면서 마침내 우아한 상태로 나머지 홀을 마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골프의 발상지라는 스코틀랜드 골프장 광경이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골프의 매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도 흥미롭다. 그날 저녁 머피는 아이언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골프의 역사와 심리학, 철학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 스코어를 떠나 골프 자체를 즐기려는 골퍼라면 꼭 읽어볼 만하다.

심리학자인 마이클 머피가 1971년에 쓴 이 책은 세계 19개국에서 번역돼 450만 권 이상 팔린 ‘골프의 고전’이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소설 형식으로 술술 익히지만 골프를 철학과 심리학으로 풀어 쓴 2부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