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고용-소비증가로 이어져 수출 신흥국과의 탈동조화 확대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신속한 정책대응 덕분이다. 대공황 전문가인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금리 인하와 3차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위기에 적극 대응했다.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정책금리가 6%에서 제로 수준까지 인하되는 데 6년이 넘게 걸렸던 반면 2008년 이후 미국 연준은 불과 15개월 만에 연방금리를 5.25%에서 0.25%로 인하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경제 회복이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에 의존하고 있어 자생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최근 주요 지표들은 민간부문의 회복세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은 2%대 초중반 정도로 전망된다. 연초 단행된 소득세율 인상과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이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1.5%포인트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올해 미국 민간부문의 회복세는 4%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제조업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금융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면서 미국 제조업의 위상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2008년 직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제조업의 부활을 기치로 내걸고 백악관 산하의 제조업 정책 부서를 통해 각종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덕분에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율은 위기 이전에는 20%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5%로 뛰었다. 올해 7월 현재 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2010년 초에 비해 50여만 명 늘어난 1197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 미국 제조업생산 증가율은 4.2%로 유럽연합(EU·―2.1%), 일본(0.1%), 영국(―1.4%), 브라질(―2.8%) 등을 앞섰다.
미국 제조업 부활은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생산’으로 구분됐던 글로벌 불균형의 구조가 위기를 거치면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위기 이전에는 미국 소비자들의 차입에 의존한 과잉소비가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작동했지만 이제 미국은 자국 내 생산을 통한 고용과 소비증가의 선순환을 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국과 수출주도적인 신흥국들 간의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