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비중 높은 서울 강북-경기 ‘8·28대책’ 이후 매매심리 기지개
#2. 서울 강남구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개포주공의 1단지 42m²는 7월 초 6억1000만 원이었지만 최근 6억5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현재 호가는 6억9000만 원까지 오른 상황. 새 재건축조합장이 선출된 데다 주요 단지가 잇달아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하며 사업 추진이 가시화되자 집값이 뛴 것이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 매도자들이 싸게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난주 0.03% 뛰며 1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는 움직임은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매매가 대비 비율이 높아진 서울 강북이나 경기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구로구 H공인 대표는 “일부 아파트는 전세금 비율이 70%에 육박하다 보니 대책 발표 이전부터 전세금에 돈을 조금 보태 집을 사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거래가 이뤄지면서 일부 단지는 집값도 오르고 있다.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SK’(80m²)는 지난주 1000만 원 올랐다.
극심한 전세매물 부족에 시달리던 경기·인천 지역도 8주 만에 반등했다. 경기 안산시는 1년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신규 분양시장도 전세금 급등을 못 견딘 세입자가 몰리고 있다. 올 들어 전세금이 9% 이상 오른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는 상담고객의 절반가량이 매매 전환 수요였고, 평균 3.32 대 1의 경쟁률로 순조롭게 청약을 끝냈다.
○ 훈풍 확산 기대감 커져
재건축 시장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침체에 빠졌던 주택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취득세 인하에 연리 1%대 장기주택담보대출(수익·공유형 모기지)이 나오면서 주택 구입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수요자들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금리는 낮고 가을 이사철 전세난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소득공제도 확대돼 매수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면서 매수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취득세 인하를 비롯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의 정책이 국회통과를 남겨두고 있어 정책 진행 속도에 따라 분위기 개선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김준일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