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원식 소비자경제부 기자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방문한 기자에게 CJ그룹 관계자가 이 지역에 있는 미국 식품유통업체 ‘앨버트슨’ 매장에 진열된 CJ ‘비비고 만두’를 보여주며 한 말이다. 20m 정도 늘어선 냉장고의 한 칸에 몇 개가 놓여있을 뿐이지만 그의 설명에는 자랑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한국에서 3조9000억 원의 식품부문 매출을 올린 걸 고려하면 다소 과장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 기업이 한국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대기업’ 메리트 없이 해외에서 얻은 성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홍콩의 대형유통업체 왓슨그룹에 과자 율무차 라면 등 자체브랜드(PL) 상품을 납품하기 시작한 이마트 역시 ‘을(乙)’의 처지를 맛봤다. PL 수출을 담당한 이마트 관계자는 “얼마 안 되는 물량을 보내는데도 굉장히 까다롭게 굴어 ‘물건 받아달라’는 것 외에 다른 말은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출을 진행하며 그동안 한국에서 갑(甲)의 위치로 한 일들을 많이 반성했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고충을 겪었기에 PL 상품들이 눈에 잘 안 띄게 진열돼도 감격스러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 자동차 등과 달리 식품은 지역마다 다른 입맛에 맞추는 ‘현지화 작업’이 복잡하고 원료 유통도 까다로워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CJ는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제2의 ‘맥도날드’로, 이마트는 자사 PL을 코스트코의 글로벌 자체브랜드 ‘커클랜드’처럼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들이 대기업이란 후광(後光)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만으로 승부를 내려면 새로운 생존 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동안 자신들이 갑의 자리에서 내려다봤던, 그런 상황에서도 보기 좋게 성공한 중소기업에서 가르침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류원식 소비자경제부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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