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창희의 어깨를 활짝 펴고 삽시다
Q. 여기가 다섯 번째 병원이에요. 낫질 않으니 자꾸 또 다른 병원에 가보게 된답니다. 맞는 병원 찾기가 힘드네요.
A. 빨리 낫고 싶은 심정은 아는데, 병원을 여기저기 많이 다닌다고 빨리 낫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병원은 ‘자신과 맞고 안 맞고’의 궁합 문제가 아닙니다.
어깨통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4명 이상 의사들에게 치료받은 분들이 10명에 한 명꼴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귀가 얇아집니다. 어느 병원이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찾아가 보고 좋다는 음식, 약, 치료법 등 무엇이든 해보게 됩니다.
며칠 전 회진을 하는데 56세 된 여자 분의 팔걸이에 매직으로 ‘여기가 마지막 병원!’이라고 써져 있는 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환자분들은 놀리면서 웃었지만 저로서는 웃고 넘길 수 없었습니다. 그 글에서 절절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팔꿈치가 심하게 아파서 고생했던 그 분은 2년 넘는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다양한 치료방법을 시도해 보았다고 하셨습니다.
어깨통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조사한 결과 물리치료, 침, 부황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뱀술 등 의학적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음식들도 좋다는 말에 비싼 대가를 치르며 먹거나, 심지어 굿까지 하는 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는 몇 백만 원 하는 고가의 물리치료 기계를 사서 사용방법을 직접 배워 본인이 날마다 집에서 치료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러다 보니 어깨치료에 소비되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게 되죠.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또 다른 병원과 또 다른 치료법을 찾게 됩니다. 고통은 지속되고 비용은 그에 비례하여 늘어납니다. 참 안타깝고 속상한 일입니다.
여수백병원 원장·대한관절학회 정회원·저서 ‘어깨는 날개입니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