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위 스플릿 희비
경기종료 직전 결승골…포항 2-1로 꺾어
성남, 경남 1-0 제압하고도 골득실차 8위
전남과 비긴 수원도 5위로 상위리그 확정
경기종료 직전 터진 1골에 부산 아이파크는 구름을 걸었고, 성남 일화는 땅을 쳤다. 부산 박용호가 천금같은 결승골로 팀을 지옥에서 구해냈다. 상위스플릿(1∼7위)에 들기 위한 마지막 전쟁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가 1일 일제히 펼쳐졌다. 6,7위 두 장의 티켓을 잡기 위해 수원-전남, 포항-부산, 성남-경남, 제주-대전이 맞붙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6위 수원(승점 40 득+38 실-29), 7위 부산(승점37 득+31 실-26), 8위 성남(37 득+35 실-31) 9위 제주(36 득+38 실-33)였다. 산술적으로 수원도 하위스플릿(8∼14위) 탈락 가능성이 있지만 비기기만 해도 되고 져도 골 득실이 크게 앞서 있어 가능성은 희박했다. 부산, 성남, 제주의 3파전인데 이 중에서도 부산과 성남의 싸움이 백미였다. 부산은 포항을 2-1로 눌렀다. 성남 역시 경남을 1-0으로 이겼지만 골 득실이 1골 뒤져 8위에 머물렀다. 수원은 전남과 비기면서 인천을 끌어내리고 5위를 마크했다.
올 시즌 종료 후 팀 존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성남의 상위스플릿에 대한 열망은 대단했다. 성남은 임신한 여직원과 집안일로 오지 못한 남자직원 등 2명을 뺀 전 직원이 창원에 내려왔다. 이들은 경기시작과 함께 모두들 노트북과 스마트 폰을 켰다. 포항-부산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시작은 성남이 좋았다. 공격수 황의조가 30초 만에 포문을 열었다. 수비수 두 명을 등지고 돌아서며 왼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신인 황의조는 수원과 개막전에서 데뷔 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주목받았지만 이후 교체를 전전하는 잊혀진 선수가 됐다. 성남 안익수 감독은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주전 공격수 김동섭 대신 황의조를 낙점했다. 경기 전 안 감독은 “그러려고(큰 경기마다 골을 넣으려고) 태어난 선수 아니겠느냐”고 말했는데 현실이 됐다.
전반막판 성남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전반 43분 부산 한지호가 1골을 넣었다. 성남 직원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후반 들어 성남은 더욱 다급해졌다. 성남은 1골만 더 넣고 이기면 부산을 제칠 수 있었다. 그러나 골은 들어갈 듯 들어갈 듯 안 들어갔다. 부산 이범영이 후반 24분과 25분 슈퍼세이브를 했다는 소식이 들여왔다. 성남 직원들은 낮은 목소리로 이범영을 원망했다. 후반 40분, 창원까지 원정을 내려온 성남 서포터가 들썩였다. 교체로 들어간 포항 김은중이 동점골을 넣었다. 성남 직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성남 직원 1명은 ‘성남의 상위스플릿 진입을 축하해 달라’는 플래카드를 펼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내려갔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마지막에 성남은 외면했다. 부산 박용호가 종료 1분 전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성남 역시 막판에 황의조가 경남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지만 슛은 골대를 벗어났다. 그대로 종료 휘슬. 포항-부산 전도 그대로 끝이 났다. 성남은 이기고도 1골이 모자라 고개를 숙였다. 부산 김원동 사장은 경기종료와 함께 선수들을 향해 크게 환호하며 7위 확정을 알렸다. 창원과 포항을 오가며 펼쳐진 90분 드라마는 이렇게 끝이 났다.
포항|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