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스포츠동아DB
놀라스코, 16연속이닝 무실점 상승세
PS 무대 선발 자리 놓고 선의의 경쟁
15승 챙기고 2점대 방어율 유지 관건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낮 최고기온 35도를 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5만1769명의 관중이 운집한 다저스타디움은 올 시즌 20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미 서부시간으로 오후 7시5분에 경기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32도의 고온에 평소보다 훨씬 높은 습도로 LA 답지 않은 최악의 기후 조건 속에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92-93-93. 샌디에이고전 파드리스전에서 1회 첫 타자 크리스 데노피아를 상대로 던진 류현진의 직구 구속(마일)이었다. 이어 파드리스에서 가장 뜨겁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윌 배너블과 3번 제드 죠코를 상대로 94마일(151km)짜리 직구를 무려 6개나 뿌려댔다.
6.1이닝 1실점으로 파드리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한 류현진은 2연패의 사슬을 끊고 시즌 13승(5패) 고지에 안착했다. 하지만 이날 1승은 그 어느 경기보다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다저스가 그대로 지구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90%% 이상이다. 2위 애리조나 디백스와 10경기차 이상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막판 난조로 지구 우승을 놓친다 해도 2장으로 확대된 와일드카드 중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올 시즌 다저스의 목표는 최소 월드시리즈 진출이다. 왕년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매직 존슨 구단주는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올 시즌은 실패작”이라 선언한 바 있다.
한때 해고 위기에 몰렸다가 이제는 최고의 명장 대우를 받고 있는 돈 매팅리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하지만 아직 계약 연장에 관한 어떠한 발표도 나오지 않고 있다. 현 멤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고 해서 지도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논리다. 존슨 구단주의 말대로 최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을 차지해야 매팅리 감독의 재계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전까지 3선발은 류현진의 차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리키 놀라스코(11승9패)가 16연속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3선발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5승8패(방어율 3.85)에 그쳤던 놀라스코가 다저스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는 10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6승1패(방어율 2.20)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8월에 4승2패(방어율 2.61)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놀라스코는 5승무패(방어율 1.64), 그레인키 역시 5승무패(방어율 1.23)를 기록했다. 에이스 커쇼는 승운이 따르지 않아 3승2패에 그쳤지만 1.01의 경이적인 월간 방어율을 마크했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에서 선발로 나선 투수가 1회부터 난조를 보인다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저스가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거취가 결정되는 매팅리 감독으로서는 경기 초반부터 안정된 피칭을 하는 투수를 당연히 선호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디비전시리즈까지는 4선발이 필요 없다. 7전4선승제로 치러지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나 월드시리즈에서도 상황에 따라 3선발만 쓰는 감독이 있고, 4명을 모두 돌리는 감독도 있다. 다시 말해 3선발 이내에 진입하지 못하면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