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일 일요일 맑음. 판보다 할배. #73 Keith Jarrett ‘My Song’(1978년)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전시장. ECM 음반들이 붙은 벽 앞에 만프레트 아이허(가운데)가 서 있다. 카리스마 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8월 31일∼11월 3일) 개막 리셉션장은 붐볐다. 사람들 사이에서 처음 한국에 온 아이허를 발견했다. 올해 나이 일흔. ‘독일 할배’는 깐깐했다. 이때다 싶어 사진 한 방 같이 찍자고 했더니 “오늘은 피곤하니 내일 봐서”란다. 5초 전에 다른 여자 분들이랑은 찍어 놓고….
약속대로 다음 날 전시장을 찾았다. 고집스레 음향을 체크하는 긴 백발의 아이허. 그가 연 음악 감상회는 50분이나 늦게 시작됐지만 ECM 마니아 100여 명의 기다림은 성당 고해소 앞에서처럼 경건했다. 어둠침침한 실내 분위기는 ECM의 음악과 결합돼 나를 극도로 관조적인 상태로 몰고 갔다. 나도 몰래 몇 번 고개를 끄덕인 건 ‘할배’에 대한 경의였겠지.
‘짐은 국가’라고 했던가. ‘아이허는 ECM’이다. ECM은 아이허의 맘에 드는 음악을 아이허가 고른 표지에 담는, 개인 컬렉션 같은 음반사라고들 한다. 그렇담 ‘판보다 할배’네. 무엇이든, 할배, 리스펙트(respect·존경)!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