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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헌법밖 진보 결코 용납될 수 없어”

입력 | 2013-09-02 03:00:00

진보진영 “종북세력과 결별” 목소리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면서 진보 진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진당과 같이 엮였다가는 정치권에서 매장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 의원이 주도하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5·12 회합 녹취록을 통해 종북(從北) 세력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보의 영역에서 종북을 제외하고 ‘진짜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혐의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하였다는 것인데,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존재하는 공당이고 그 소속원이라면 이번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진실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실체가 밝혀지도록 철저하고 엄중하게 수사되어야 한다.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공당,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로 임하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천호선 대표도 전날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진보정당에 대한 공안탄압으로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왜 이 시점에 공개수사를 하나”라며 의심을 던졌던 것에서 벗어나 주말을 기점으로 통진당과 분명한 선긋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특히 심 대표는 한때 이석기 의원 등과 통합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19대 총선을 같이 치른 사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종북’과 ‘진보’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왔다. 종북성향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통진당이 당명에 ‘진보’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 민주노동당 출신인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한국의 진보가 발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종북을 사상, 방법 등의 ‘작은 차이’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의 이론가로 평가받는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진보와 종북은 친일과 친미에 반대하면서 근본 가치관이나 역사관을 공유함으로써 북한에 우호적 태도를 취해왔다”며 “정통 진보진영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진화했지만 종북세력은 발달장애를 겪으며 옛날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이후에도 진보 세력과 종북세력이 수구세력에 대항한다는 명분과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실리적 계산으로 연대의 틀을 유지하면서 종북세력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2008년 심상정 의원, 노회찬 전 의원이 ‘종북주의’를 문제삼아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을 창당해 떨어져나와 놓고도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통진당이란 간판으로 합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적 이해 때문에 진보에서 종북의 꼬리를 떼어내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내란음모 사건이 진보진영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상당수 진보 세력은 통진당과 선을 긋고 있다. 김 소장은 “종북세력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수십 년에 걸쳐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던 시대가 드디어 끝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정부와 주민을 대하는 진보 진영의 태도가 분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여파로 이석기 의원 등과 갈라선 유시민 전 통진당 공동대표만 해도 “뉴스가 온통 이석기 의원…이 의원 쪽도, 국정원도 다 제정신 아닌 것 같네요. 말로 하는, 그것도 벌써 철 지난 병정놀이 하는 건데, 거기에다 내란음모죄를 씌우는 황당한 정치공작…자유당 시절 데자뷔!”(지난달 31일 트위터)라며 여전히 양비론을 펴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이석기 일당’과 선을 긋고 최악의 인권유린 상태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공표하는 것이 한국 진보가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길진균·김철중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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