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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리먼사태’ 5년] “다음 리먼사태는 中서 발생할 가능성”

입력 | 2013-09-02 03:00:00

당시 리먼브러더스 부사장 “투명하지 않은 자본주의는 지탱 못해”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의 아이콘 중 하나인 바클레이스 빌딩. 3개 층을 둘러싼 전광판은 쉴 새 없이 세계의 금융뉴스를 전하면서 24시간 타임스스퀘어를 밝히고 있다. 이곳을 지날 때면 발걸음을 멈추고 건물을 올려다보곤 한다는 로런스 맥도널드 뉴에지 수석미국전략가(46·사진). 5년 전만 해도 그는 이곳에서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전환사채 거래를 총괄하던 부사장이었다.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으며 리먼이 파산한 2008년 9월 15일, 그는 정든 사무실을 떠났고 사옥은 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스로 넘어갔다.

그가 내부에서 목격한 파산 스토리를 담아 2009년 출간한 ‘상식의 실패(A colossal failure of common sense)’는 미국과 한국 등 12개국에서 100만 부 넘게 팔렸다. 5년이 지난 시점에 그의 소회를 듣기 위해 지난달 27일 옛 리먼 본사에서 5분 거리인 사무실을 찾았다.

○ 월가, 생각만큼 바뀌지 않아

동료의 근황을 묻자 “2주 전에도 옛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적지 않은 이가 이 바닥을 떠나 다른 일에 종사하거나 지금도 실업자 신세”라고 전했다. 하지만 리먼 사태는 그들만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하기에는 세계 경제에 미친 파장이 너무도 컸다. 6130억 달러(약 680조 원)의 빚을 갚지 못한 미 역사상 최대의 파산이었다.

“2007년부터 나를 포함해 간부진이 최고경영진과 이사회에 주택담보부대출을 묶어 만든 부채담보부증권(CDO)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그들은 귀를 닫았다. 오히려 자기자본의 40배가 넘는 빚을 끌어다 썼다.”

다행히 그 여파로 월가 은행들의 부채는 크게 줄었다는 것이 대표적으로 달라진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리먼은 당시 회계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파생금융부채를 런던에 옮겨 놓았으며 규제당국조차 이를 몰라 파산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고수익을 노린 월가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탐욕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올 들어 JP모건체이스가 파생금융상품 거래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7월 발표한, 3500쪽에 걸쳐 400개 법안을 담은 금융개혁법인 ‘토드 프랭크법’ 가운데 40%가 아직 시행 일정을 못 잡을 정도로 월가의 반발은 지금도 거세다.

○ “다음 리먼 사태는 중국에서 일어날 것”

CNBC 블룸버그TV 등 미 주요 매체에 고정 패널리스트로 참여할 만큼 월가에서 영향력이 큰 그에게 ‘미국이 제2의 리먼 사태를 맞을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그는 “리먼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그곳은 중국”이라고 잘라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6월 신용위기에 직면한 중국 금융시장이 리먼 사태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며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리먼 사태가 가져다준 교훈은 두 가지다. 위험성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 자본주의는 지탱할 수 없다. 또 위기는 취약한 틈새를 쫓아 ‘형태를 변형해가며’ 끊임없이 찾아다닌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 규제당국의 감시를 피해 급성장해 온 비(非)은행 금융회사를 일컫는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을 가장 우려했다. 로이터는 최근 그림자 금융시스템이 중국 국내총생산의 최대 40%에 이르는 대출을 해줬다고 보도했다. 맥도널드 씨는 중국에 이어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실패해도 리먼 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그는 “한국은 신흥국 시장에서 가장 차별화된 국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위기는 뱀처럼 엄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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