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100주년 한국 개신교… 아프리카 선교의 현장을 가다
탄자니아 은지네은네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한 이진섭 선교사(가운데)와 함께 “새마을”이라고 외치고 있다. 21년간 탄자니아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선교사는 “개신교와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 간에 믿음을 쌓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르에스살람=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9일 오후 탄자니아 행정수도 다르에스살람 남서쪽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은지네은네 마을은 타악기 리듬 속에 “새마을” “새마을”을 외치는 주민 400여 명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이들의 피부색이 검다는 것을 빼면 1970년대 한국의 시골 마을 축제 분위기다. 입구에는 새마을 깃발이 걸려 있고, 한쪽에는 영어로 ‘SAEMAUL UNDONG CENTER(새마을운동센터)’라는 글씨가 적힌 마을회관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탄자니아의 대표적인 새마을로 꼽힌다. 과거 이 마을은 다르에스살람으로 통하는 도로로부터 14km나 떨어져 있는 데다 길이 나빠 한때 인적이 끊기다시피 한 외진 곳이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새마을운동을 시작해 도로를 정비하고 옥수수와 카사바를 공동 경작해 식량을 자급하면서 말 그대로 새마을이 됐다.
지구촌 곳곳이 종교적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곳 주민들과 개신교 선교사 사이에는 종교를 뛰어넘는 ‘믿음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한국에서 새마을연수를 받았다는 마을 대표 오말리 사이디 무탕고 씨(47)는 “주민과 하나가 돼 자립하는 것을 배웠다”며 “종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손님이 오면 병도 낫는다’는 속담이 있죠. 새마을을 알려준 한국 분들이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바뀌었고, 앞으로도 변화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새마을지도자 돌라 움붐보 씨·51)
“저는 개신교 선교사이지만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개신교든 이슬람교든 하나입니다. 어른들이 종교를 뛰어 넘어 협력하면 아이들이 지도자가 되는 미래에 마을은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이 선교사)
이 선교사는 교육을 통해 아프리카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비전으로 다르에스살람 외곽의 탄자니아연합대(UAUT)도 설립했다. UAUT는 지난해 9월 4년제 종합대로 개교했고 대구동신교회, 인천낙원교회, 인천생명교회가 지원해 왔다. 순천향대 교수로 정년퇴임한 뒤 탄자니아에서 제2기 인생을 살고 있는 장성근 총장(69)은 “과거 연세대 등 미션스쿨이 외국인 선교사들의 지원으로 세워졌다”며 “UAUT는 사랑의 빚을 갚는 한국 교회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27일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에서 만난 박은순 선교사(59·여)는 20년 전 탄자니아의 마사이족 거주 지역에서 선교를 시작해 현지 1세대 선교사로 꼽힌다. 그는 김만호(68) 문흥환 선교사(66)와 함께 교회 11곳을 개척했고 유치원 4곳, 초등학교 1곳을 운영하고 있다. 박 선교사는 “코 흘리던 아이들이 커서 교사가 됐을 때 가장 행복했다”며 “아직도 굶주리고 물을 뜨러 7∼8km를 걷는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
현지에 동행한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51)는 “1913년 한국 선교사가 중국 산둥 성에 파송된 이후 올해가 한국 교회의 해외 선교 100주년이 된다”며 “세속화로 비판받고 있는 한국 교회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르에스살람·아루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