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횡령사건 조만간 결론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의 횡령 사건 항소심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3일 공범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대한 증인 심문을 벌인 뒤 재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로써 4월 8일 시작된 항소심은 5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재판부는 지난주 재개한 공판에서 그동안 최 회장이 주로 떠맡았던 횡령 혐의 책임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최 회장의 동생)이 함께 나눠 맡는 방향으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의 기존 공소장에는 범행 동기가 ‘최 회장 형제가 2008년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되자 투자금 마련을 위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공모해 회사 자금 450억 원을 빼돌렸다’고 명시돼 있다. 재판부는 이를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투자 재개 권유를 받은 최 부회장이 김 전 대표에게 자금 조달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고 최 회장의 승낙을 얻어’로 바꾸도록 요구했고 검찰은 이를 예비적(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기존 공소사실보다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의 역할이 더 부각된 것이다.
검찰의 입장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공소장 변경 역시 주된 혐의를 바꾸진 않고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기존 주장만 고수하다가 재판부가 주된 혐의에 대해 ‘입증 부족’이라 판단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만큼은 차단하자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에도 최 회장이 주범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항소심에서 김원홍 전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은 검찰로서는 반가운 점이다. 김 전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돼 변론이 재개된 뒤 최 회장 형제에게 유리한 진술만을 이어간다면 검찰로서는 골치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핵심 인물인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7월 말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됐을 때만 해도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가 생겼다’고 봤다. 최 회장 측은 8월 29일 공판에서도 “핵심 인물인 김원홍 씨의 법정 진술이 꼭 필요하다”고 재차 증인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의 증언은 녹취록을 통해 확인돼 더이상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김 전 고문이 체포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한국으로 압송되지 않아 그의 증언을 듣지 못한 채 사실관계 심리의 최종 단계인 항소심이 마무리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