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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30대 한국 싱글女도 친구

입력 | 2013-09-02 03:00:00

日작가 마스다 미리의 만화 주인공… 싱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공감’
작품 6종 합쳐 10만부 팔려나가




“휴우… 오늘도 피곤했어.”

서른네 살 싱글 여성 ‘수짱’은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내뱉는 평범한 여성. 결혼과 동시에 일을 관두고 임신한 친구를 보며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고민하고, 미모도 돈도 없는 자신을 보며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고 자문한다.

카페 종업원에서 매니저로 승진했지만 ‘아무래도 싫은 사람’인 직장 동료 때문에 머리를 싸맨다. 그래도 씩씩하다. 서른일곱 살에 카페를 관두고 어린이집 조리사 일을 시작하고, 서점 직원인 남자와 ‘수짱의 연애’를 시작한다.

수짱은 일본 만화가 겸 수필가인 마스다 미리의 만화 주인공이다. 1969년생인 마스다도 오사카에서 도쿄로 올라와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는 싱글 여성. 일본에서 수짱은 ‘우리와 함께 나란히 서서 달리며 때때로 응원을 해주는 친구’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요즘 한국 여성들도 “백허그를 받는 기분”이라며 수짱과 친구가 됐다. 이봄출판사가 출간한 수짱 시리즈 4권과 마스다의 다른 작품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출간된 뒤 모두 10만 부가 팔렸다. 출판사의 인터넷서점 구매자 분석에 따르면 여성이 86%였다.

일본 만화책 ‘수짱’ 시리즈 가운데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의 컷들. 이봄 제공

간결한 그림체, 심심한 일상 이야기로 가득한 만화의 인기 비결은 ‘공감’이다. 제목도 잘 뽑았다. 요즘 30대 여성들의 고민을 의문형 제목으로 달아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고미영 이봄 대표는 “30대 싱글 여성이 혼자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갈 때 직장, 결혼, 노후에 대한 정돈되지 않은 고민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며 “골드미스가 아니라도 스스로 삶의 가치를 긍정하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수짱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만화 속에서 수짱은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있지만, 먼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단지 미래만을 위해 지금을 너무 묶어둘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아직 지금, 이니까.”

수짱의 생각에 공감하는 한국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글을 매일 10개 넘게 올린다. “읽다 보니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고민하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렇지만 역시 아직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며 나이 먹는 것보다는 지금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 더 멋지다는 결론. 울지 않겠다!”(@iamc****) “이 시간 구석진 자리에 앉은 분홍 비니의 여인. 소리 없이 운다. 울면서 또 읽는다. 그 여자 손에 들린 책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catc****)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